오늘의 편지
안녕하세요. 저 오늘 벌금 냈어요.
경찰한테 낸 건 아니고 열쇠를 잃어버렸거든요. 집 관리인한테 내야 했답니다.
저희 집은 열쇠가 무려 5개예요. 현관이랑 어쩌구 저쩌구 1층에 따로 있는 공용 쓰레기 처리장이랑 해서 진짜 말 그대로 열쇠뭉치를 들고 다녀야 하거든요? 그런데 오늘 집에 와보니까 하나가 없는 거예요. 걔는 또 열쇠가 아니라 칩 형태였어요. 앞에 패드에 찍으면 열리는 내장칩 같은 건데 열쇠 무더기 사이에서 그것만 쏙 빠져있는 거예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실제로 독일에 있는 제 친구 열쇠보증금이 20만 원이었다는 걸 알거든요. 열쇠복사비가 뭐가 그렇게 비싼지 그러면서도 왜 열쇠를 쓰는 건지 오만생각이 다 들었어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그 칩이 맨 처음 현관문을 여는 용도라서 집에 들어가질 못한다는 거였어요. 길바닥에 나앉은 거죠. 다른 방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렸는데 보는 것 같지도 않고 벨 눌러봐도 패드 버튼이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고... 하필 저희 본건물 쪽은 오피스텔식으로 세 들어 사는 집이 많아서 늦은 밤에는 들어가는 사람도, 나오는 사람도 없단 말이죠. 주변 카페도 다 닫아서 진짜 벌벌 떨면서 관리인을 기다렸네요... 감기 안 걸리면 용할 지경이에요.
유럽 와서 집열쇠라는 걸 처음 갖게 됐는데 정말 답답했어요. 일단, 이게 보통 돌리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밀면서 돌리거나 뭐 당기면서 돌려야 한다, 두 번 돌려서 철컥 소리가 나야 한다 어쩐다 문마다 방법이 너무~ 달라요. 그리고 현관문이 진짜 크고 무거워요.. 부다페스트는 옛 건물도 많고 건물양식 규제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그 쇠로 되어있는 웅장한 문이 많아요. 앞사람이랑 타이밍 못 맞춰서 부딪히면 바로 멍들 정도예요.
지금은 열쇠 5개? 당연히 눈감고도 열죠. 그래도 오늘 같은 일이 생기니까 또 도어락이 그리워요. 잃어버릴 걱정이 없잖아요. 혹시 한국에서도 열쇠를 쓰시는 분이 계신가요? 그래도 5개까진 아니겠죠? ㅎㅎ
앞으로도 월,수,금 밤에, 부다페스트에서 작은 편지를 보내드릴게요!
Ps. 부다페스트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댓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