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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Feb 05. 2024

홀로서기를 그만두세요.

1-3. 0에 가까워지기 


00. 완벽함이라는함정


닮고 싶지 않은 이에 삶을 피해 다녔던 나의 인생은 완벽만을 향해 달려갔다. 나에게 완벽함이란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사회에서도, 집에서도, 관계 속에서도 혼자서 다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 그것이 나의 최종 목표지였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보다 잘해야만 했다. 못하는 것은 고쳐야만했고 그게 안되면 숨기기라도 해야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자립'에 집착하는 나에게 상담사는 물었다. "스스로 완전한 사람이 가장 성숙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온전할수록 성숙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에 대답에 곧 바로 반박을했다. "그렇다면 성공한 한 사업가가 다리가 불편해서 누군가에 도움을 받는다면 그 사람은 성숙하지 못한 사람인걸까요?" 나의 침묵에 상담사는 더욱더 나를 밀어 붙였다. "그렇다면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사는 이 사회 모든 육아맘들은 미숙한 존재인가요?"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나에 대답에는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립이 곧 성숙한 인간이자 가장 훌륭한 인간이 되는 길이라 줄곧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완벽함'이란 함정에 빠진 것이었다. 완벽해야만 완벽한 인간이 된다는 생각. 그렇기에 타인에게 도움을 받는 건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라 치부했다. 


자립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존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 구마가야 신이치로 


01. 성숙한 자립 


우리는 인생의 주어를 나에서 우리로 바꿀때 비로소 사랑만 받았던 어린시절의 생활양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립이다

<미움받을용기> 책에서 대인관계에 관한 대화 중 '사랑'에 관해 철학자는 위와 같이 말한다. 자립하다는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서다'라는 사전적 정의를 담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자립'에 중점을 타인에게로부터 벗어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철학자의 말처럼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욱더 어렵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진정한 자립에 의미를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게된다. 타인에게 나의 약점을 보여주는 것, 나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온전히 내어주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거절당할 수도 있으며, 외면당하거나 상처받을 각오를 해야한다. 진정한 자립은 혼자서 스스로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사람이 아니다. 사실상, 스스로 온전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것이다. 오늘도 내가 살아있음에는 수 많은 주변인들의 도움과 배려와 사랑이 있었음을 이해한다면, 앞으로도 살아갈 날들도 절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회 형셩의 원리를 안다면 절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을 것이다. 

타인과 동떨어져서 모든 것을 혼자 다 해내는 것이 자립이 아니다. 우리는 마음을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반대다. 상대방을 온전히 신뢰하고 믿어야지만 우리는 몸을 기울여 기댈 수 있게된다. 진정한 자립이란, 의존하지 않고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의존할 것을 선택하고 그 상황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 성숙한 사람이라 생각했기에 타인에게 도움 받는 것이 가장 어렵고도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타인을 믿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어른이자 성숙한 사람일 것이다. 


02. 우월한 열등감 


초등학교 때부터 18년동안 키웠던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집에서는 그렇게나 온순한데 밖에만 나가면 큰 개 앞에서도 어찌나 짖으면서 위협감을 주려 노력하는지 가끔은 강아지의 발악이 안쓰러울 때가 있었다. 난 알고 있었다. 강아지가 가장 큰 소리로 짖는 행동이 상대편 강아지에게 겁을 주려고 하는 행동 같지만 사실은 덜덜 떨리는 몸과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나에게도 이와 같은 행동이 존재했다. 나의 나약함이 드러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같은 동기보다도, 비슷한 또래 직원들 보다도. 그렇기에 나의 나약함이 드러날때면 한없이 초라하고 작아지며 그 구멍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날들을 보냈다. 약점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낮은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은 결국 되짚어보면 누군가에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 인정을 받아야만 나라는 존재가 가치있다 느낄정도로 나의 존재자체를 사랑하지 못했으며, 나 자신에 대한 애정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건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는 위치가 아닌 손을 잡아 도움을 주는 위치이고 싶었던 것이다. 열등감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우월주의였다.


나의 열정은 열등감을 숨기기 위함이었으며, 나의 자립은 필연적인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도망가기 위함이었으리라. 난 이제야 나의 진짜 모습을 마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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