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바꾸지 못한 여자

1-2. 엄마의 탄생

by 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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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우리 낳을 때마다 울었어?
너네가 나를 너무 닮아서 나처럼 팔자 꼬일까 봐.


광자 씨는 싱긋 웃어 보이는 둘째를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광자 씨는 둘째를 통해 자신을 보고 있었다. 푸석하고고 퉁퉁 부은 짧은 손을 쪼물딱 거리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나 닮지 말고 네 아빠 닮지. 너 나 닮아서 멍청한 거야”


광자 씨는 딱밤을 한 대 때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설거지를 시작했다. 축 처진 팔뚝살이 힘없이 흔들렸다. 짧은 단발머리에는 둘째가 전에 버리려고 분리수거했던 유행 지난 리본 빤이 꽂혀있었다. 아까워서일까. 예뻐서였을까. 한쪽이 누렇게 변색돼버린 머리핀을 어떤 마음으로 머리에 꽃은 걸까. 솨아악. 물을 틀자 사방으로 튀었다. 광자 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 옷에는 얼룩덜룩 물자국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광자 씨는 발바닥이 아픈지 반복적으로 발바닥을 번갈아가면서 들었다 내려놓았다.


둘째는 설거지를 대신해줄까 싶다가 방금 들어와서 아직 갈아입지 않은 외출복이 신경 쓰였다. 며칠 전에 붙인 손톱 네일이 거슬렸다. 얼마 전 20만 원을 주고 웨이브를 한 머리가 거슬렸다. 둘째는 설거지하는 광자 씨를 뒤로한 채 그냥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도 아무도 광자 씨의 몫을 나누는 사람은 없었다.


광자 씨는 직장에서 딱 1년 컴퓨터를 배웠다. 한평생 컴퓨터 키보드는 1년 쳐보고, 남은 나날들은 대부분 집안일을 해왔다. 광자 씨는 좋은 직장에 취직해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으나, 되돌아보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광자 씨는 그런 자신의 삶을 보며 팔자라고 말했다. 광자 씨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지 못한 여자였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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