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복권당첨

1-3. 엄마의 탄생

by 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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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 씨는 근면성실의 대명사였다.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기를 꿈꾸며 망상에 빠진 사람들이었고, 가장 두려워하는 건 그런 사람을 실제로 만나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좋은 기운을 얻겠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다가가지만, 광자 씨는 마치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을 마주한 것처럼 겁을 먹고 도망치기 바빴다. 그녀는 아주 작은 행운조차 누려본 적 없는, 투박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전을 부치다 말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딸들 곁으로 헐레벌떡 달려와 외쳤다.

“나 도박했나 봐!”

“광자 씨가 도박을 했다고?”

두 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광자 씨를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너희 아빠, 땡전 한 푼 없는 가난뱅이였잖아. 그런 남자한테 시집온 게 도박 아니면 뭐야?”

두 딸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이 뭐야’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한 살이라도 어린 둘째가 그녀를 위로하려 애쓰듯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돈 잘 버니까, 복권 당첨된 거 아냐?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런가? 내가 복권 당첨된 건가?”

광자 씨는 평생 꿈도 꿔보지 않았던 ‘당첨 복권’을 떠올리자, 마치 다른 인생을 사는 것만 같았다. 본능처럼 불 앞으로 돌아가 전을 뒤집으면서도, 머릿속은 바삐 돌아갔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계산이었다. 광자 씨는 사람을 앞에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누리는 이 풍족한 삶이 꽁으로 얻은 행운 같지는 않아 찜찜했다.


그 사이 완성된 파전 두 장을 들고, 광자 씨는 얼른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딸들은 자연스럽게 탁자 앞으로 모여들었고, 젓가락으로 전을 찢자 김이 솔솔 피어올랐다. 광자 씨는 슬쩍 눈치를 보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근데 내 생각에는, 복권은 아닌 것 같아.”

“왜?”

갑자기 시무룩해진 그녀를 보고 둘째가 물었다.

“복권은 원래 공짜로 얻는 행운이잖아.
내가 30년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리모컨을 조작하던 첫째가 화면에서 눈을 떼고, 광자 씨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쓸데없이 비장하기까지 했다.

“광자 씨. 원래 복이란 게 별거 없어요. 기대하는 사람에게 오는 거예요.”

광자 씨는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첫째를 바라봤다.

“실망하면서도 다시 기대하는 마음,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방 포기해요. 하지만 누군가는 또 기대하면서 살아가요. 그게 바로 낭만이에요. 광자 씨는 그 낭만 덕분에 복권에 당첨된 거예요.

“그럼 나는 낭만 있는 사람인 건가?”

그녀는 살짝 들뜬 얼굴로 말했다. 첫째는 광자 씨의 의도가 살짝 어긋난 걸 느꼈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광자 씨는 낭만 있는 여자예요. 그러니까 가난뱅이 남자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왔죠! 어쩌면 아직 더 복이 남았을 수도 있어요. 계속 복권을 긁으며 살아봐요.

광자 씨는 자신이 가장 싫어했던 부류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젓가락질도 멈춘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광자 씨는 중얼거리듯 반복했다. 그때 둘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늘은 복권 안 긁으세요? 저 갑자기 떡볶이가 당기는데…”

둘째는 벌떡 일어나 안방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네모나고 반짝이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오늘도 복권 긁어야죠! 썩혀서 뭐해요!”

딸들은 벌써부터 기대에 찬 눈으로 배달 앱을 살피고 있었다.


광자 씨는 30년 동안 매일 사라지지 않는 복권을 긁으며 살아온, 낭만 있는 여자였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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