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바꿔보려는 시도

by 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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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 씨는 개명을 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같은 이름에 다른 뜻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子(아들자)에서 自(스스로 자)로 변경했다. 딸들은 그건 어떻게 바꿀 생각을 했냐고 묻자 큰 배움을 얻은 사람처럼 말했다.


“손자병법에서 배웠지. 형식은 지켜도, 뜻은 바꿔야 살아남는다고. 전쟁에서도, 인생에서도."

광자 씨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형식을 내버리지는 않았다. 여전히, 그녀는 이 씨 집안에서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손과 발이 되었고, 처리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광자 씨는 새로운 뜻을 품고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한 게 분명했다.


광자 씨는 이 씨를 모두 모아놓고 한 가지를 제안했다. 자신에게도 연차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것이었다. 연희 씨도 한평생 한 직장에서 30년 넘게 근속하니 연차도 보너스도 더 늘어나는데 자신은 왜 아무런 혜택도 보너스도 없어야 하냐며 억울해했다. 그녀는 노동혁명을 일으켰고 외로운 싸움이었으나 사실 이건 광자 씨에게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유리한 싸움이었다. 둘째가 물었다.


“광자 씨, 어떤 보상을 원하시나요?”

“나 한 달에 한 번, 카드 줘. 그걸로 신나게 놀다 올래”

“광자 씨 식당은 365일 항시 영업 아니었나요?”


첫째는 광자 씨의 외출이 달갑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그녀의 식당이 문 닫는 건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을 지배하는 자는 힘이 센 자가 아니라 밥 줄을 쥐고 있는 자였다. 이 씨 집안은 30년 동안 광자 씨에게 밥으로 길들여진 사람들이었다. 광자 씨는 그것이 자신의 권력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밥을 굶기는 것으로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보상받고 싶었다. 이 씨 집안은 어쩔 수 없이 한 달에 한 번씩, 연차를 허가했으며 보너스의 한도는 없었다.


“설마, 그냥 밥만 먹고 올라는 거지? 이걸로 큰돈 쓰면 안 된다”

“그건 모르죠. 그날 기분에 따라서.”


광자 씨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이란 힘센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형세를 만든 자가 이긴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지금, 밥이라는 형세는 광자 씨의 손에 있었다. 카드 요구는 작전이었고, 연차는 선언이었다.


그녀는 싸우기 전에 이미 이긴 셈이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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