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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03. 2024

욕심

제1장_나와의 대화

(2011. 6. 28. 4:06)

방청소를 하는데

정말 쓰레기가 많았다.

뭐가 그렇게 아까웠는지.. 난 왜이렇게 '버리는 것'을 못하는 걸까.


한편으론, 그것들을 가지고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논술 준비를 위해 제본한 철학 요점 책은 왠지 알고 있으면 좋을 지식 같아서 언젠가 읽어야지 하고

읽지않고 쌓아두고..

옛날에 받았던 프린트물도 보지않을 거면서 아직까지 가지고 있고...

옛날에 동생이 가져다 주었던 뽑기 알도 분명 무언가가 하고 싶었었는데

이제는 그 정성이 미안해서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다.

작아져서 입지 못하는 옷 가지고 언젠가 주머니라도 만들어 써야지 하고 방 한구석에 놓아둔 채

버리지 못하고 ...


사실 생각하는 것을 다 할 만큼 나에게는 생각보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있어도 이제는 그런 일들을 하지 않는다.

좀더 진부하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하는 일을 찾아서 하게 된다.

참.. 의미 없다 ... 


이 휴학기간에 ,

나는 나의 시간이 매우 많았다.

그랬는데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방청소를 하면서 보니까

난 정말 계획은 많이도 세웠었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많이 읽자고,

영어 마스터 하고, 만들기도 많이 하자고 

생각하긴 참- 많이도 했다.

그런데 단 한가지도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약간 절망... 


어느덧 통을 가득 채운 수많은 펜들을 정리하면서 눈물이 났다.

펜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가진 것이 이렇게 많은데,

나는 정작 그것의 1%도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또 펜을 사고 싶어 한다.

지금도 이렇게나 많은데 ...

나는 이렇게나 욕심이 많았다. ... 


저금통을 보면서도 눈물이 났다.

나는 돈을 쌓아두기만 하는 것 같아서

겁이 났다.

돈에 파묻혀 허우적대는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요며칠 돈 한두푼 엉겁결에 써버린 것을 나는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정말 큰 일이 아니었다.

내가 많이 받은만큼 사용하지 않으니까

하나님께서 나로하여금 쓰도록 상황을 만드신 것 같았다.


정말 그렇다.

사용하는 것에도 참 많은 관심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에게 주어진 자원이 이렇게나 많은데...


나는 이제 '버리기'를 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것 중에 작은 것에 '집중'하고 싶다.


나는 너무 '다' 하려고만 하고 '다' 가지려고만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쌓아놓아봤자 사용하는 것은 1%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왜 나는 외면하고

쌓아두었던걸까 ... 


분별력이 필요하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놓아둘 것인가.

어디에 쓰고, 얼만큼 저축해둘 것인가.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전부 사용하고 누릴 수 있는 삶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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