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어링

by 지은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 위에, 글자를 얹고 싶은데

내가 가진 툴은 1장의 도화지만을 허락했다.

그 "위"에 셀로판지처럼 투명한 '레이어'하나를 얹어서,

그림도 보이고, 글자도 보이게하고 싶었는데.


2차원 종이 위에

처음으로 3차원의 상자를 그리려했을 때

오늘날의 3D펜처럼 종이 위에 입체적으로 튀어나온 상자를 보이는 그대로 그리고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안달이 난 것 처럼.


도무지 기능적으로 지원이되지 않는

'레이어 기능'을 안타까워하다가, 문득


이 세계의 패턴 하나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요즘, '평행우주'에 대해서도 조금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은 마치 패스츄리처럼 겹겹이.

쌓이듯 구성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


'차원'이라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겉보기엔 하나의 세상, 하나의 시간, 하나의 공간을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공존하며 사는 것 같지만


그 위에는 사실

여러 장의 셀로판지같은 레이어가

겹겹이 쌓여있어서


각각이 사는 세계는 사실은

다 제각각인 것은 아닐까.


그 왜,

어떤 공부는 (특히 언어의 경우)

계-속 공부를 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계단을 오르듯

부쩍 실력이 오르는 시점이 오는데

이것이 '계단을 오르는 느낌'이라고 표현되었지만

사실은 그 윗 단계의 셀로판지에 '올라탄'것일 수 있지않을까 싶어졌다


바야흐로 새로운 세계에 진입한 효과랄까.


그렇게생각하니

이 땅위에서의 '천국'도 왠지.

같은 세상 위에 얹어진 천국 삶을 누릴 수 있는 셀로판지 같다. 그리고 인당 하나씩의 레이어에서 산다기보단, 각 레이어별로 사람들이 있어서, 특정 레이어에 도달했을 때 그 곳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되는..?


격. 급. 층. ... 다 이런 개념에서 파생된 것들 일지도...


또한, 아래에서는 위가 안보이는데

위에서는 아래를 거쳐서 오른 것이므로

아래가 훤히 보이는 부분도. 생각해볼만하다 여겨진다


그래서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은

같은 것을 보더라도

더 높은 해상도로, 디테일하게,

남들이 볼 수 없고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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