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냄새나는 이야기_연애편
주변에 이런 친구들을 종종 보게 된다. 혼자 생각하고 먼저 결론을 내리는 친구들.
그들은 놀랍게도 상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쉽게 판단을 내린다.
“말 한마디에 거기까지 결론을 낸다고?”
이런 친구들을 보면 종종 나오는 나의 리액션이다. 상대방은 얼마나 억울할까.
성격이 급하면 추진력과 행동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 때문에 연애를 할 때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리드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반면 소통을 통한 결정보다는 빠르게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는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상대방의 반응을 빠르게 살피고 대처하는 것이 정말 좋을 때도 있지만,
그것이 섣부른 판단일 경우에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은 늘 그렇게 결정이 빠르다.
나의 주변에도 조급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중 한 친구는 모임에서 만난 남자와 오며 가며 눈빛으로만 대화를 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대화 한 마디 없이 말이다.
“호감 가는 남자랑은 얘기 좀 했어?”
“주말에 끝났어.”
“끝났다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뭐가 끝나? 뭐 땜에?”
“아니 맘에 들면 먼저 약속을 잡는다든지 말을 걸어야 하는 거 아냐?
말도 안 걸고 다른 여자랑 밥 먹으러 나가더라고”
“너가 말 걸어보면 되지, 계속 주변을 서성이는 것 같다며, 눈도 계속 마주친다며”
“그러다가 먼저 말을 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딴 여자랑 얘기하고 밥 먹으러 가더라고”
“그 여자분한테는 그분이 먼저 말 걸었어?”
“아니 그 여자가”
“그럼 너도 말을 걸어보지”
“아니야. 그냥 그 여자를 선택한 거 같아. 나는 그냥 포기하려고”
그 남자분과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지만, 이미 그 여자분을 선택했다고 결론이 나버린 것이다.
그 남자분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떨까? 혹여 그게 사실이더라도 이 친구의 마음은 끝까지 모르고 있을 텐데,
모든 걸 알게 된다면 많이 놀라지 않을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썸을 타고 끝이 났다는 사실이.
물론 결단력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상대방의 의중을 확인해 보지 않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결단력일까?
그것은 섣부른 결론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뜬금없지만 사실 나도 결단력 하면 빠지지 않는 ENTJ다.
그러다 보니 나도 상대방의 감정을 확인하기 전에 결론짓고 끝을 내는 경우가 꽤 많았다.
가령 썸을 타는 사이에 연락을 지속하다가 말도 없이 연락 패턴이 바뀐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상대방이 마음이 변했거나 지금의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다고 빠르게 판단했고,
통보처럼 이제 그만 연락했으면 좋겠다고 상대방에게 전달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면 상대방은 그런 게 아니었다며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마음 정리가 끝나버린 나는 상대방의 사정을 받아들일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연락을 마무리했다.
그럴 때마다 항상 상대방이 했던 말이 있다.
“너는 너 마음대로 생각하고 결정짓고 통보만 해버리면 다야? 내 마음은 안중에도 없어?”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입장만 생각했던 것도 맞다. 일관성이 떨어지는 행동을 보면 나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느껴 변명조차 듣고 싶지 않았다. 한마디로 나는 정이 쉽게 떨어지는 유형이었다.
그러니 그렇게 가위로 잘라버리듯 마음 정리가 됐겠지.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은 어느덧 연애 3년 차로 접어들어 안정된 연애를 하고 있고
그 연애 속에서 상대방을 기다리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결단력은 좋지만 혼자서 결정하고 통보하지는 않는다.
급하게 결론을 짓기보다는 상대방의 의중을 충분히 들어보고 판단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너는 어떤 생각이었어? 내가 오해한 거야?”
적어도 확인하고 들어줄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생각해 보니 여유 이전에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무엇보다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상처받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아예 제쳐둘 때가 있다. 하지만 연애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나와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생각은 꼭 확인하고 결정짓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당연히 내가 원하지 않는 답을 들을 때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답을 듣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서워 홀로 결론짓고 정리해버리지는 말자.
조급한 마음이야말로 연애를 망치는 지름길이 아닐까?
빠른 결단력이 좋을 때도 분명 있지만, 연애에 있어서는 기다림이 답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