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냄새나는 이야기_연애편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항상 묻게 되는 질문, ‘그 남자의 심리는 뭘까?’
고백하지 않는 남자의 심리는 생각보다 분명하다.
문제는, 그 분명함이 늘 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는 점이다.
썸을 타다 보면, 유독 잘 맞는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우리가 사귀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상상 속의 우리는 유난히 잘 통하고 즐겁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남자는 언제 고백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연락도 끊어지지 않고 점점 더 나에게 잘해주는데,
이상하게 그 남자는 고백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 직장동료인 Y 역시 꽤 오랜 시간 썸을 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매번 똑같은 하소연을 반복한다.
“이 남자의 심리는 뭘까? 왜 고백을 안 할까?”
“그 남자랑 사귀고 싶은 거야? 고백했으면 좋겠어?”
“몰라. 근데 이 정도로 얘기를 나눴으면 제대로 표현을 해야 하는 거 아냐?
나랑 계속 연락을 왜 하는 거야??”
“솔직하게 말해줘?”
“.....”
3개월을 꼬박 연락하면서도 고백하지 않는 남자의 심리는 분명하다.
Y와 연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기다려 달라는 말도, 너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다는 말도 없다.
다만, 첫날부터 지금까지 아주 착실하고 꾸준하게 연락을 지속할 뿐이다.
설령 관계에 대해 어떤 말을 했다 해도, 결론이 나지 않은 현실은 마찬가지다.
대부분 기다리는 사람은 기대를 품은 채 연락을 유지한다.
그래서 이런 관계는 생각보다 오래 유지될 수 있다.
Y는 나의 팩폭에 상처를 받아 여기저기 위안이 되는 말을 줍기 시작했고,
그 남자와 비슷한 남사친들의 경험담을 듣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Y가 다시 버틸 수 있게 했다.
“요즘 그런 남자들이 많대, 걔네도 사귈 상황이 아니라서
몇 개월이고 연락만 하고 지낸다는 거야. 사귀지는 않고.”
“너무 사귀고 싶은데도 상황 때문에 사귀는 걸 미룬다고?”
“아니~ 뭐, 처음부터 너무 좋아해서 시작한 연락은 아니라고 했는데,
연락을 하다가 좋아지는 경우가 꽤 많았대.
근데 사귈 상황은 아니니까, 연락만 하고 지내나 봐.”
“너무 좋아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너무 좋아하는데 본인이 사귀고 싶은 걸 참고,
너무 좋아하는 상댄데 기다리게 한다고? 정말 많이 좋아하는 거 맞대?”
“........”
물론 상황 때문에 연애를 미룰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좋아하는데 희망 고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 희망 고문이라는 건 본인에게도 적용될 텐데 말이다.
너무 좋아하는 상대를 두고 사귀자거나 그 비슷한 말 한마디 없이,
몇 개월이나 기다리게 할 사람은 흔치않을 것이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해도, 그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이다.
또한, 그런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고,
기다리게 할 수 있는 정도라면, 그 마음은 거기까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고백하지 않으면서 연락하는 남자의 심리는 뭘까?
누군가에게는 아픈 얘기일 수 있지만, 결론은 명확하다.
연애는 싫지만, 연애를 제외한 모든 것은 좋기 때문이다.
연애가 시작되면 따라오는 것들이 부담스럽고,
지금 당장 본인 인생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연애는 비용이 따르고, 관계가 모두에게 공개되며, 책임이 따른다.
한 사람만을 선택해야 하고, 다른 가능성이 차단되며, 완전한 자유로움이 줄어든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그는 생각했고,
결론적으로 연애가 그 정도의 가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연애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좋다.
적당히 호감 있는 이성과 연락을 자주 할 수 있고, 시간과 비용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즐거운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책임이 따르지 않고,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그들에게 이 관계는, 연애 보다 훨씬 부담스럽지 않고 좋다.
결론적으로 이런 관계에서 기다리는 쪽은 늘 ‘기대’를 하며 시간을 들인다.
그렇게 유지된 관계는 기다림 속에 상처를 낳고, 미련을 키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자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런 관계가 문제인 건, 내가 감당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혼자 인내하고 견뎌야 한다면,
그건 나와 맞지 않는 관계라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잘 맞는 사람과의 관계는, 누군가를 기다리게 만들지 않는다.
함께하는 것이 당연해지고, 비로소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게 연애의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