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n't about finding yourself. Life is about creating yourself (인생은 자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창조하는 것이다)"라는 아일랜드의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명언을 처음 접했을 때 그동안 혼자서 착각하고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싱가포르에서 월급쟁이로 일하던 지난 수년간 나는 주말이면 수없이 여행을 떠났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를 묻곤 했다. 대답으로는 길게 설명하기엔 번거로웠고 설혹 길게 설명한다 하더라도 마음을 알아줄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에 대충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해서' 라며 반쯤 농담 삼아 말하곤 했다. 그리고 그 수 없는 여행을 거듭하자 다시 사람들은 다시 언제쯤이면 잃어버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것이냐며 이번에는 정말 찾을 수 있는 거냐고 농을 걸어왔다.
그 대답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여행을 떠나도 마음은 헛헛 하기만 했다. 그런데 조지 버나드 쇼가 말하는 해법이란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창조하는' 것이라니. 더이상 잃어버린 나를 찾으러 떠날 필요가 없다는 깨닫은 순간부터 나는 무엇을 창조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그 첫번째 시도로서 글쓰기를 통한 창조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글쓰기는 아주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나의 꿈이었다.
인터넷의 각종 플랫폼으로 타인이 쓴 글을 가만히 읽다 보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정형화된 패턴처럼 월급쟁이가 정말 내가 원하던 길 이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퇴사를 감행, 그리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걸 본다. 사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떠나는 세계 여행은 분명히 끝난 후에 인생이 극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일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한국이라는 단일 민족 국가의 특성상 사람들의 삶의 양식들은 굉장히 정형화되어 있는데, 우리는 세계여행을 통해서 다양한 민족에 다양한 삶의 빛깔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영감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러한 믿음이 많이 깨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적인 성공한 인생인 대기업 입사나 각종 고시에 합격하는 인생만이 성공한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한국에서 대기업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패배의식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뭔가가 대단히 잘못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세계여행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을 할 계기를 가짐으로써 자신 역시 다양한 삶을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싱가포르에서 일하던 지난 3년간 주말이면 떠나곤 했던 동남아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여행을 가면 결국 기막힌 풍경에 압도 되었던 기억보다는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에 대한 기억이 더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이 남았기 때문에, 어떤 운명의 작용처럼 우연히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는 비록 짧은 대화라고 할지라도 오랜 기간 내 머리 속에 화두를 던져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세계일주를 꿈꿨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떠나지 못하셨던 직장인 분들께 퇴사를 감행하지 않더라도 직장인의 신분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와, 직장 이후의 삶에 고민하시는 분들께 작은 아이디어를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 이 책이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