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기업에서 일하면서 기업의 미래를 보았다
그동안 일했던 경력들을 짧게 소개하자면 일본계 기업 M사의 한국과 싱가폴 지사에서 2년6개월 일한 것과 미국계 아이티기업 MNC(Multinational Company)에서 9개월 일한 것으로 아직 사회에서 쌓아가야할 경험이 많은 초짜이다. 계속 한국 국내와 비슷한 문화를 가진 일본계 기업에서 일하다가 미국계 기업에는 처음 일해봤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기업에 이직하기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많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록을 겸해서 어땠는지 짧게 코멘트 하려고 한다.
1) 비용절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통 기업에 입사를 하면 사수나 동료가 실무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가르칠 것이다. 처음에 미국계 입사하고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은 트레이닝을 멀리 필리핀 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스카이프를 사용해서 원격으로 트레이닝 했던 것이다. 원격으로 트레이닝을 받는 것이라서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많이 떨어져서 힘들긴 했는데 시간대비 저렴한 임금을 받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를 사용함으로써 얼마나 비용절감을 누리고 있을지 예측해 볼 수 있었다. 이걸 신기하다며 맞은편 자리에 앉은 호주 살다오신 한국 교포분에게 말씀드리자, 호주에서는 일반적인 것으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셨다.
2) 고용이 불안정하다, 언제든 목이 날라갈 수 있다
누구는 미국계와 같은 외국계기업은 연공서열이 아니라 능력이 중시되기 때문에 능력만 있으면 금방 승진도 되고 임금상승폭도 높다며 선호할 것이다. 그 외에도 업무능력만 괜찮다면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고, 집에서 재택근무도 가능하며, 복장도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입고 올 수 있는 등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장점으로 꼽히는 flexible함이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해주는 듯하여 좋아하지 않았다. 개인마다 느끼는 것은 다를테지만 나같은 보수적인 사람에게는 일할 수 있는 오피스가 있고, 시간적 제약이 있는편이 스스로에 대한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해줘서 좋았던 것 같다.)
장점도 있겠지만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점은 절대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예를들면 내가 일할 당시에 소속되어 있던 우리부서는 결국 일본팀만 제외하고는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팀 등은 해최데어 업무 자체가 필리핀 오피스로 다 넘어가고, 매니징 하는 매니저 두명만 싱가폴 오피스에 남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리고 한번은 미국본사에서 시니어 매니저가 시찰겸 싱가폴 오피스에 놀러왔던 적이 있다. 싱가폴 출장 뒤에는 중국 출장을 갈 예정이라며, 주말에는 옛 '만주(Manchurai)'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질문하기로는, 만주, 그러니까 연변쪽에 한국어나 일본어 구사가 가능한 중국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아냐는 것이었다. 역사적인 조예도 깊고 참 지적인 미국인 상사구나 싶어서 내심 탄복했는데, 언뜻 생각해 보기에는 한국팀이나 일본팀을 싼 중국쪽으로 돌려 버리는 것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가슴이 서늘해졌다... ^^
이건 내가 다녔던 회사 뿐만이 아니라, 일본 오피스를 철수시키고 싱가폴에 일본팀을 옮겨온 로지스틱 회사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외국계 일하면서 삶이 얼마나 불안정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일화라고 생각을 한다.
이런 불안감을 느끼며, 또한 직무 자체가 성향에 맞지 않아서 9개월이란 짧은 시간을 뒤로 하고 일을 구만두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글로벌화에 따른 고용의 불안정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리고 "기업의 미래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계/유럽계/한국계/일본계. 각 기업마다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자기 이해에 대한 폭을 깊이 한 다음에 선택해야 할 것이다.
* 싱가포르 취업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PDF책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