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살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국에서 여자가 일하기 얼마나 ㅈ같은지 알게됨
열아홉 살 첫 회사의 기억은 십 년이 지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한날은 기존에 계시던 부장님이 정년퇴임으로 퇴사하시고 새로운 부장님이 부서에 들어오셨다. 새로 온 부장님은 젠틀맨이라는 느낌일 정도로 매너적인 면에서도 나이스 하시고 이미 장년층에 접어드셨지만 젊은 시절의 용모를 숨길 수가 없는 깔끔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부서에는 여성 사원들이 나를 포함해서 3명이었는데, 여성 사원들의 우두머리 격인 40대 미혼의 여자 차장님은 새로운 부장님의 신사적인 면을 높이 사셔서 인간적으로 호감을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린 나이에도 여자 차장님을 보면서 여성으로서 회사를 다니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같이 일하는 남성 사원들의 차별적인 행동이었다. 같은 나이 때의 남성 사원은 이미 차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는데, 수년이 지난 뒤에야 겨우 차장 타이틀을 달게 된다든가, 한 번은 눈치 없는 남자 차장이 '(여자 차장님) 집에서는 자네가 결혼하는 걸 싫어하겠어. 자네가 결혼하면 누가 부모님을 경제적으로 봉양하겠어'라는 말을 해서, 여자 차장님이 속으로 분노를 삭이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
그런 남자 동료들 사이에서 신사적인 부장님의 젠틀한 면모는 눈에 띄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는데, 한국 회식에서 아마 필수적인 2차 노래방을 가게 됐다. 술이 이미 과하게 된 사람들은 실수를 하기 시작했는데, 부장님은 여자 차장님과 같이 손이 잡고 브루스를 출 것을 강요했고 여자 차장님은 어쩔 수 없이 부루스를 추는데 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남자 과장님은 나에게 부장님에게 술을 따르라며 지시를 했고 나는 마치 술집의 종업원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회식 다음날 여자 차장님이 부장님을 대하는 감정이 싸늘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부장님에게 미소를 보이지 않았고, 마음이 다쳤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회식이 끝나고 어린 나이에 충격을 받아서 친하게 지내던 10살 위의 멘토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회식 자리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라는 이야기를 하자, 이미 회사에서 일한 짬밥이 오래된 언니는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구나'하는 어투로 그런 일은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종종 목격하는 광경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외에도 내가 사무실을 비울 적이면 여자 차장님이 어쩔 수 없이 대신 차 심부름을 하면서, 왜 사무실에 붙어있지 않아서 자신이 차 심부름을 하게 하냐고 히스테리를 부리던 일도 생각이 난다.
그때의 일이 있고서 10년이 지났는데 과연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얼마 전에 남초의 대기업 회사를 다니다가 해외에 이주하신 여성분의 영상을 유튜브로 시청했는데, 자신이 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을 퇴사한 이유를 담담하게 이야기하셨다. 회사 연수차 어디를 가면 다른 남자 사원들은 다 관광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자신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윗사람들이 타는 승용차에 타기를 강요받으며, 윗사람들의 비위 맞추기를 기대당했다는 경험을 공유했다. 한편으로는 엘리트가 다닌다는 대기업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더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돌아서 생각해보면 이런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취업에 도전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해외취업이라는 키워드로 내 블로그를 방문해 주는 많은 사람들이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여성들로서 친밀감과 연민을 느끼면서도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들어 맡게도 조그마한 일에도 시샘하고 토라지는 여성들을 사회생활하면서 만날 때에는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숨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