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서평이야기
* 이 글에는 글쓴이의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 / 허 지 웅
작가는 이 책에서 삶에 관한 주관적 관점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는 거침없지만 솔직하고 세상에 대해 냉소적이지만, 타인에 대해 쉽게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허지웅이라는 사람은 방송인으로 불리기 시작했지만 그는 꽤 유명한 영화평론가이자 작가이자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이었다. 나는 그가 하는 영화평 혹은 서평을 읽을 때면 ‘역시 많이 알아야 다양한 시각에서 작품을 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책 또한 읽으면서도 아픔과 슬픔, 결핍과 열등감에 관한 짙은 공감을 느낄 수 있어서 참 배울 점이 많은 어른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다.
인간이란 완벽하지 않은 동물이기에 개인마다 각자의 불안과 열등감을 갖고 있다. 웃고는 있어도 그 속에는 강렬하고 어두운 방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 작가 또한 그렇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삶이 다가와서 나에게까지 그 고달픔을 전달된다. 그가 겪었을 차가운 세상이 나의 피부로 와닿을 정도로 우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절대 무너지지 않았고 그는 그 안에서 자신이 살아가야 할 길, 사랑하고 웃을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어둡다.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밉살맞고 장미희보다 예쁜 우리 엄마가 자꾸 보고 싶었다. 엄마는 나를 자꾸 울게 만든다. 그렇다면 엄마 무릎에서 울고 싶다. 하지만 나는 엄마 앞에서 울지 못한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눈물이 안 나겠느냐 싶지만, 나는 이 대목에서 내 지난 시간을 돌아봤고 금새 슬퍼졌다. 나도 엄마 앞에서 울어본 경험이 몇 없다. 엄마와 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이야기를 주로 나누며 간혹가다 엄마가 그리는 그림, 내가 쓰는 글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나누는 그런 인생의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사이다. 엄마는 세상의 어떤 여성보다도 때묻지 않았고, 품격 있고, 성숙한 여성이기에 나는 엄마 앞에서 잘 울지 않는다. 울고 싶지 않다. 나라는 한 사람을 키워내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아팠을 수도 있는 엄마에게 더 이상 나로 인한 걱정을 시키고 싶지도,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쩌면 작가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았을까.
“<500일의 썸머>는 흡사 감기가 걸렸을 때 감기약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이제 막 연애를 끝낸 모든 이들이 봐야 하는 영화다. 세상엔 운명 따윈 없다. 약속된 땅도 계획도 다음 생 같은 것도 기대하지 마라. 덜 낭만적으로 들리겠지만 정신 차리고 제대로 살기 위해, 결코 도래하지 않을 행복을 빌미로 오늘을 희생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들의 정체를 규명해야만 한다. 그것이 연애든, 고용이든, 혈연이든 마찬가지다. 너와 나의 관계가 주는 만족감의 뿌리가 정말 이 관계로부터 오고 있는 것일까. 혹은 단지 세상으로부터 정의 내려진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던 것뿐일까. 역할에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정말 관계를 할 것인가. 그 쉽지 않은 답을 찾는 것으로 우리는 정말 나아질 수 있다. 끝이 어떠하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웅크리고 침묵하는 삶이 아닌 나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처한 우리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버티는 삶을 살자고 작가는 말한다. 나도 마음속에 지키고 싶은 문장을 기억하며 끝까지 소신 있게 버텨내 가는 삶을 살고 싶다. 삶과 인생에 대해 고민이 많다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더불어 작가가 최근 암과의 사투에서 이겨내 참으로 다행이다. 오래도록 건강하면 좋겠다. 멀리서나마 오래, 함께, 버텨갈 수 있길.
2019. 12월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