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의 '술-좋아하는-아저씨'께서 어느 날 내 직업을 물으신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친정 엄마네 옆집의 '술-좋아하는-아저씨'께서.
여보씨와 나는 전셋집을 정리하고 캠핑카에서 먹고살며 떠돌이 생활을 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입에 풀칠은 하고 사는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영혼들, 나쁘게 말하면 젊은것들이 몸 성할 때 열심히 일은 안 하고 놀고 앉았는 인생 베짱이들.
이 덕분에 우리는 친정집에 올 때마다 일주일씩 있다가 가곤 하는데, 얘네는 출근도 안 하나 여직도 즤 엄마네서 강아지들이랑 놀고 자빠졌다고 아저씨는 아마 그렇게 생각하셨을 것이다.
옛날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서 연봉 높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인생 성공이라고.
호주에 살다가 한국으로 이사를 왔을 때도 누군가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니가 취직해서 커리어 쌓고 돈을 벌어야지. 한국이 호주 같은 줄 아냐"
커리어라...
인생사라는 게 커리어에서 오는 타이틀로 돈을 벌어야만 성공이고 인정받는 것인가
밥벌이가 안 되도 누구는 계속 연기를 하고, 누구는 계속 글을 쓴다.
밥벌이가 되는 다른 일을 간간히 병행하면서 말이다.
내가 집 없이 캠핑카에 살며 밥벌이를 위해 간간히 단기알바나 쿠팡 일용직, 영어번역과 같은 일회성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면 '와 진짜 멋있다' 라던 이 캠핑카살이가 '아이고 밥은 먹고 다니니'와 같은 애잔한 눈빛으로 바뀌었을까. 왜냐하면 내 밥벌이의 커리어가 영 쉬 언찮기 때문에?
왠지 슬프다.
아 이건 무슨 운명인지 이런 타이밍에 나는 브런치 작가로 갓 승인이 되었다.
그래 밥벌이가 안 되도 나는 글을 쓸 거야.
2년 넘게 집 없이 캠핑카에서 먹고살다 보니 집은 아니더라도 어딘가 구심점이 될만한 공간이 있으면 했다. 땅만이라도 임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논이고 밭이고 시골빈집이고 벌려놓은 전화가 참 많았다.
"안녕하세요. 군청에서 시골빈집 정보라고 전화번호를 주셔서 연락드렸어요."
"아 그래요. 근데 그 집이 사람 안 산지도 오래됐고 면 읍도 아니고 리예요, 리! 목소리도 한창 젊은 거 같은데 시골 촌구석에 가서 뭐 먹고살려고요?"
나는 우리 부부가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먹고사는 데는 지장 없이 경제활동을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대뜸 "그럼 작가세요?"라고 물으신다. 아아 그런 쪽은 아닌데...^^;;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돈벌이가 안 되니 그런 타이틀을 갖는 게 굉장한 사기 같았고, 생각해 보니 뭐 해 먹고 사냐는 질문에는 자연스럽게 무슨 활동으로 돈을 버는지를 떠올렸지 돈도 안 벌리는 걸로 저 이런 거 하는 사람입니다 라고 소개하지는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