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도 이해해보고 싶어서요.

쓰진 않고 남의 글 읽기만 수십 개째

by 지혜인

나는 시장과 버스 타기를 좋아한다.

그 안에서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참 좋다.


옛날에는 파리의 연인이나 도깨비처럼 현실에서 벗어난 판타지에 열광했다면 이제 나는 인간극장을 보며 같이 울고 웃는 걸 하고 싶은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브런치에서도 나는 사람 사는 얘기를 수십 개째 읽고 있다.

아니 남의 인생사를 염탐하는 게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아이고 이 아주머니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구나 (내 인생을 공유합니다 by 지안)

허 참 서로 이렇게 친절한 이혼이 다 있다니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 by 조니워커)

꺄 너무 귀엽잖아 냥이 냥이 (5월의 묘연 by 카타)


덕분에 의미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시간이 고스란히 브런치 글 읽기로 옮겨졌고, 나는 마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엄마네 옆집의 '술-좋아하는-아저씨'의 행패도,

그놈의 돈이 뭐라고 몇 년씩 서로 왕래가 없는 어른들의 세계도,

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

모두 그런 거겠지


브런치 글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픈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이젠 내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한 남자의 삶이 궁금해졌다.


친엄마가 그리운 그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꿈과 포부를 가지고 서울에 상경했을 그의 젊은 시절도,

애들한테는 만점이라지만 남편으로썬 빵점이라던 그의 중년시절도,

그리고 재발된 암은 항암치료도 더 이상 소용이 없어 죽음을 정말 코앞에 둔 채로 딸과 사위의 손을 맞잡고 '잘 살어'라는 말을 건넸을 때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아빠는 호적에서 파버린다고 소릴 지르며 우리 결혼을 반대한 걸 후회했을까.



고단한 이야기든 미소 짓는 이야기든

개인의 인생사를 나눠주신 모든 글쓴이님들께

소소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덕분에 이 세상과 사람들을 더 이해해보고 싶어 졌어요.

아흥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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