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브런치로 출근합니다.

현재진행형을 쓰고 싶어서.

by 지혜인

브런치에 적고 싶은 여러 글감을 저장해 뒀지만 그 어떤 것도 써 볼 준비가 않됐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글쎄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잠든 깜깜하고 조용한 시간,

좋아하는 차를 한주전자 우려,

호롱불만을 밝히며 쓰고 싶다 -는 마음이 굴뚝인데,


참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깜깜하고 조용한 시간'이다.

하지만 강아지 여섯과 좁은 캠핑카에서 먹고사는 삶이란

깜깜한 시간은 있다 해도 절대 조용한 시간은 없다는 걸 아실까요..


밤 12시든, 새벽 3시든 짖어보겠습니다. 아무 이유는 없고요. 왈왈왈


우리 여섯 강아지 중 '대추'는 짖는 것에 아주 능통하다.

산책 가서 만나는 강아지에게도 잘 짖느냐구요?

어허 그럼 이 친구 정말 일관성 있구나 하겠지만 그것만 빼고.




아 다시 짖는 밤들이 무수히 많겠지, 그리웠어 댕댕이들


"딸 엄마 좀 살려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다 죽어가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캠핑카에서 먹고자며 밭일을 하던 우리는 단숨에 친정으로 향했다. 아무리 단숨이라지만 한번 캠핑카가 움직이려면 그동안 내어놨던 살림살이를 다 챙겨 넣어야 하는 준비시간이 걸린다. 그대로 출발하단 흔들흔들 달리는 캠핑카 안에서 살림살이가 모두 풍비박산이 날 것이기 때문에.


엄마는 119에 실려 근처 병원으로 가셨고 입원절차를 밟고 나서야 도착한 우리는 병원 환자의 코로나 확진으로 면회가 일체 통제되었다는 안내를 받았고 허탈히 아무도 없는 엄마네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엄마는 기력을 회복하셨고 일주일을 기다려 퇴원까지 모셔다드려야지 싶은 기간이 계속 길어지자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우리 캠핑카는 친정을 나서는 길이다. 면회를 할 수 없으니 창문에서 바람을 쐬는 엄마를 우리는 병원건물 밖에서 바라보며 서로 손을 흔드는 것뿐.


엄마는 강아지를 별로 안 좋아하신다.

강아지 냄새도, 강아지 털이 날리는 것도 영 썩.

캠핑카에서는 같이 먹고 자고 뒹구는 녀석들이지만 친정집에 머물 때면 우리는 강아지와 생활이 분리된 날들을 보낸다. 그리고 이 얼마나 쾌적한가 호들갑을 떨다가 이내금 다시 그들이 그리워지는 것을 반복한다.


이번에도 같았다.


어젯밤엔 여보씨와 단 둘이 방안의 온기를 나눴는데 오늘밤은 다리를 뻗는 캠핑카 곳곳에 강아지들이 있다.

아 여기지

이게 우리 집이지


대추도 오늘 밤은 함께 있는 게 좋아서 짖는 걸 잊어주길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고마워"


고맙긴 내가 뭘

우리 여보씨가 제일 고맙지


여보씨 정말 고마워요.


아 내일이면 또 코끝을 간질거리는 강아지털로 재채기를 하며 일어날 테지만 일단 지금은 꿀잠 자는 강아지들도 예쁘고, 여보씨도 예쁘고, 밤은 깊어가고, 마음은 따뜻하고,


사랑 충만한 밤이다!


친정에선 현관까지만 허락되는 여섯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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