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이 캠핑카에서 먹고산 지 2년, 조금 구질구질하긴 한데 매일이 소꿉놀이처럼 재밌고 즐거워서 큰 불만이 없다. 다만 어딘가 돌아갈 곳이 있으면 했고 그곳에서도 캠핑카에서 먹고 자면 될 테니 정말 딱 땅만을 알아보던 차였다. 논이든 밭이든 마당이 넓은 시골빈집이든.
"젊은 양반, 내가 월요일에 가보니까 풀도 허리까지 나있고 호랑이 나오겠더라구요, 진짜"
아주머니는 젊은 부부가 그런 시골에서 어찌 사냐며, 집도 오래 비워진 터라 엉망이고, 제일 중요하게도 레노베이션을 진행했던 업자가 공사도중 연락두절로 사라진 상태라 집안꼴이 말이 아니라고 하셨다.
하지만 스트릿 뷰로 보는 마당이 정말 썩 괜찮아 보였고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강아지들과 열심히 뛰어노는 상상에 빠진 것이다.
친정집을 떠나온 우리 캠핑카는 충남 서천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전세 500(만원)이지만 300, 200까지도 맞춰 줄 의향이 있다는 듯 말씀하신 아주머니의 그 시골집. 그렇게나 벌써 얻어 살 것처럼 생각했나 꿈에까지 나오다니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내 무의식은 현실을 참 잘도 꿈에 반영한다.
"와"
대문 앞에 우리 캠핑카를 주차해 놓고 나는 감탄을 안 할 수 없었다.
반은 내 키만 하게 자란 마당의 풀나무 때문이었고, 반은 이 얼마나 멋진 시골집인지 보자마자 마당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순간 전세 200만 원으로 이런 시골집에 살 수 있다니 너무 기뻐서 '나중에 마당을 싹 다 정리하면 비포사진을 비교해야지' 하며 마당 사진을 찍기 바빴다. 레노베이션 업자가 공사를 편히 하려고 울타리 한쪽을 뚝 떼어놨다는데 여기가 거 울타린가 보다. 이쯤이야 뭐
논이나 밭이나 마당에서 하는 궂은 일은 자신이 있는 터라 내 키까지 자란 풀나무가 가득한 마당도 우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다 괜찮았다. 집 안을 들여다보기 전 까진.
마루로 이어진 방이 나란히,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돼 꽤 운치 있는 실내.
하지만 문제는 주방과 욕실이었다.
오래된 주방 창문이 똑 떨어져 뻐걱거리고,
싱크볼만 있는 주방상판은 배수관이 훤히 다 보이며,
욕실의 수전과 보일러 계기판은 벽에서 가출해 달랑달랑.
'아 그래도 청소만 깨끗하게 하고 들어오면 살 수는 있겠지' -싶었다.
오잉 근데 이건 뭐지...
집을 다 둘러보고 나오려는 찰나 벽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주방 집기만 살펴보느라 벽은 제일 나중에서야 눈치 챈 것이다.
단열재와 합판이 그대로 노출되 마무리까지는 한참이나 멀어 보이는 벽.
실 내외로 군데군데 망치로 내리 친 것 같은 벽의 무너짐도.
아 마당은 어찌어찌해보겠는데 실내는 우리 능력 밖이다. 지금도 내 상상 속에선 여섯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있는 저 마당을 등지고 나오기가 참 아쉬웠다.
처음엔 땅만 원했지 집을 찾아다닌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쩌랴, 집이 없는 땅이면 몰라도 있으면 가꾸고는 살아야 예읜데 그 집안을 가꿀 시간도, 돈도, 능력도 우리는 없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