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댓바람부터 강아지들 산책을 다녀오면 해가 더워지기 전까지 아침 밭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아침기운이 쌀쌀해 강아지들이 햇빛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하죠.
집 앞에 풀을 매고 연산홍을 심어주었습니다.
연산홍은 척박한 땅, 돌땅, 가문 땅에도 잘 자라며 따로 물을 주어 관리하지 않아도 가문 시기를 잘 이겨내는 꽃나무예요. 한마디로 심어만 놓으면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꽃을 피워 기쁨을 주죠. 꽃도 꽤 오랫동안 피어있답니다.
양동이를 놓고 빗물을 받고 있어요.
과수원에도 텃밭에도 물이 많이 필요할텐데 이곳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지하수는 아직 없습니다. 이 곳을 계약할 때 지하수가가능하다고 하셨지만 상수도를 잠그면 모든 수도가 끊기는 것을 보니 지하수 연결은 언젠가쯤에 없어졌는지 잘못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주인 아저씨께서도 잘 모르겠다고 하시구요.
전 임대인분께서 우리가 세를 내고 있는 창고를 아직도 사용하고 계세요. 그곳에 지하수 펌프가 있고 아직도 사용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데 일이 바쁘신지 다른 공간을 창고처럼 사용하라고 일러주시곤 비워주기를 계속 미루고 계십니다. 이곳을 비워주시면 지하수 연결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귀찮은 눈치가 느껴져서 이것저것 계속 물어보러 가기가 참 쉽지않습니다.
빗물을 이렇게 활용해보고 싶어서 저장해 놓은 참고사진
호주에서는 농사나 밭일이 아니더라도 일반가정 주택에 빗물탱크가 설치된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님네 집도주방과 세탁실에 빗물탱크에서 나오는 수도꼭지가 설치되어 있는데 허드렛일용도로 아주 유용합니다.화장실 내리는 물도 빗물탱크에서 연결된 물로 사용을 하시구요.
우리집에도 빗물탱크를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자면 비가 올 때 어디에서 빗물이 많이 흘러 내리는지 잘 관찰해야 합니다. 지붕에 물받이가 있다면 그곳에 연결을 하면 되지만 물받이가 없는 곳은 어디로 모여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봐두어야 많이 모을 수 있으니까요.
와우 빗물탱크로 사용할 드럼통이나 플라스틱 통이 이렇게나 비싼 줄 몰랐어요. 몇십만원씩 하더라구요. 농기계들도 몇백만원씩 하고, 소도구나 이런저런 것들이 이렇게나 돈이 드는 물품인줄 시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잘 몰랐습니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니예요, 마음도 통장도 시골분들이 더더 풍요롭고 넉넉한 것 같아요.
여보씨와 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우리는 차가 캠핑카 밖에 없어서 어딜가더라도 캠핑카를 끌고가야합니다. 시골살이를 시작하니 트럭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지고있어요. 올해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캠핑카를 정리하고 트럭을 하나 장만하는 것이 될 것 같아요.
시장길을 걷고 있는데 고소한 방앗간 냄새가 납니다.
"아아 방앗간 냄새~"
여보씨는 호주사람이라 방앗간 냄새를 잘 모릅니다. 지금은 한국살이 8년정도가 되었으니 눈치로 경험으로 아는 것이 있겠지만 고소한 냄새를 잘 설명해줄 길이 없습니다. 고소하고, 꼬소하고, 고숩다는 그 미묘한 한국말의 차이가 미묘한 고소함의 차이 또한 말해주는데 영어로는 잘 설명이 않되요.
이럴 때는 모국어가 다르다는게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시장에서 꽃이 핀 블루베리 나무를 사왔어요. 올해는 꽃이 핀 딱 6개 만큼만 블루베리가 열겠네요.
여보씨는 어린 자두나무를 사다가 과수원에 심고싶어합니다. 시장에서 파는 어린 자두나무는 하나에 7,000원이더라구요. 내년부터 열매가 맺는 것은 2만원, 3만원이구요.
저는 임대한 과수원이라 이런저런 과실수를 사다 심는 것이 망설여지는데, 여보씨는 그런 것 상관없이 땅에 진심입니다. 나무든, 꽃이든, 식물을 가꾸는데 진심이고, 내 땅이든 네 땅이든 사는동안 최선을 다해 잘 가꾸고싶어합니다. 저에게도 그런 마음이 물들어 사는동안 예쁘게 잘 가꾸며 살고싶다는 생각이 매일 커지고 있어요.
연산홍도, 꽃나무도, 남의 집에 무슨 돈과 노력을 그렇게 들이냐고 그러셔서 저는 은연 중에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들어왔었나봅니다.
"가꾸며 살면 좋잖아요.
사는동안 우리집인데요!"
세상에나 우리 과수원땅에 고사리가 자라요. 소량이지만 얼마나 기쁜 발견이던지!
손바닥선인장도 발견했습니다.
덩쿨에 가려져있어 몰랐는데 백년초가 자라더라구요. 손바닥선인장인데 제주도에서 처음 자세히 봤던거라 백년초라는 이름이 더 익숙합니다. 제주도에서는 손바닥선인장을 백년초라고 부르거든요.
말라버린 백년초 열매를 따서 맛을 보았어요.
달큰하니 맛이 좋아요.
아주 옛날에 여보씨와 제주도로 자전거캠핑을 갔을 때 백년초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는데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언제 이 친구와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지^^;;
해질무렵이면 여보씨는 텃밭 일굴 땅을 정리하고 저는 저녁거리를 따와 다듬어요. 달래와 방풍나물이 아주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녹차콤부차가 일주일동안 아주 맛있게 발효되었어요.
우리 과수원 자두를 수확하면 자두콤부차를 만들어 마실 생각에 아주 신이나 있습니다. 한여름 더운날씨에 청량하게 한잔 마시면 하루종일 밭일도 거뜬할 것 같거든요.
2014년인가, 2015년인가, 우리가 호주에 살 때여보씨는어느 날콤부차라는걸 설명해 주면서 집에서 만들기를시작했어요. 대중적으로 콤부차 음료가 알려지기 훨씬 전에 저는 여보씨에게 콤부차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한참을 잊고 있었는데 다시 콤부차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새콤달콤 너무 맛있어요!
과수원 앞치마가 잘 어울리나요?
과수원 땅을 여기저기 일구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인데, 시골 밭에는 쓰레기가 참 많이 묻혀 있습니다. 담양 밭을 임대했을 때도 땅을 파니 쓰레기가 한무더기 나오더니, 여기 과수원땅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과수원 앞치마도 우리 과수원땅에서 주워왔는데 탈탈 털어 세탁하니 아주 괜찮더라구요.
친정엄마가 이 사진을 보신다면 우리집에 농부가 또 나오겠다며 좋아하실지 애잔해하실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엄마는 밭일, 농사일 때문에 손톱이 항상 엉망이었고 친목회가 있는 날이면 바쁘게 거울 앞에 앉아 눈썹을 다듬으며 엄마 괜찮냐고 묻곤 하셨는데 지금 제 손톱도, 제 눈썹도 상태가 말이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