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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인 Apr 20. 2024

우리 과수원땅은 정말 보물

매실나무에는 벌써 이만큼의 매실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매실청 담그는 법을 좀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웃자란 무화과 나무는 가지치기를 해줬더니 무화과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구요. 가만 생각해보니 꽃이 핀 적이 없는데 무화과가 자라네요? 꽃이 피지 않고도 열매를 맺을 수 있는건가요?

무화과는 이름처럼 꽃이 없는 열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먹는 부분이 바로 꽃이래요. 오오 신기하다.


과수원땅에는 둥굴레도 자라고 있습니다. 어린 잎은 먹기도 한다는군요.

과수원으로 이사를 오고나서 땅 한쪽에는 둥굴레가 심어져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수확을 하러 올 수도 있다는 설명도 함께요.


며칠간 동네 할머니께서 둥굴레 근처를 오가며 무엇을 계속 수확해 가시더라구요. 우리 집에 오셔서는 새끼손가락만한 더덕 몇 뿌리를 잘 심어 키워먹으라고 주고 가셨습니다. 둥굴레도 먹을만큼 갔다먹으라고 하시구요.


당연히 둥굴레를 심어놓으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둥굴레 주인은 따로 있는 것 같고 우리에게 주신 더덕도 우리 과수원 땅에서 캐서주신 모양이예요.


남편과 어느 날 오후 우리 과수원땅을 둘러보는데 할머니께서 주신 더덕같이 생긴 새싹들이 여기저기에서 자라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누군가 파간 흔적도 많이 보이구요. 땅을 임대해서 땅세는 우리가 내는데, 누군가의 둥굴레와 더덕은 이곳에 자라고 있고, 계약을 하기 전에 설명은 못 들었으며, 주인은 아닌 것 같은 동네 할머니께서 수확해 우리에게 가져다 주시는,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요?


엄나무 순은 눈 깜짝할 사이에 많이 피었습니다. 피기 전에 따먹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쳐 버렸어요. 이미 누군가가 먼저 따가기도 하셨구요.

개두릅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실까요?

바로 이 엄나무 순을 개두릅이라고 부른답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개두릅은, 음... 뭐랄까

맛이 참 요상했습니다.

저는 정말 하나만 더 입에 넣었다가는 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보씨는 그래서 호주사람들은 이런 것을 잘 않먹는게 아닐까 라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봄나물을 다양하게 먹는 모습은 호주에서 정말 흔치않은 풍경이거든요.


며칠 뒤 시장을 몇번 갔는데 가판대에서 개두릅과 가죽나무 순을 볼 때마다 누군가는 저것을 맛있게 잘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그 맛을 알게 될까요?


봄에 뿌릴 씨앗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눈에 보이게 두어야 뭘 해야할지 알 것 같아서요.
씨를 뿌리든, 모종을 사다심든, 땅을 정리해서 일궈야 하는데 온통 풀밭이라 쉽지는 않습니다. 종이상자나 장판으로 몇주간 덮어놓으면 풀이 죽어서 땅을 정리하는데 한결 수월합니다.

윗집 과수원 아저씨는 관리기로 땅을 투들기는데 여보씨와 저는 묵묵히 호미와 삽으로 풀을 매고 흙을 뒤엎습니다.


동네 어르신들께서는 제초제를 한번 하라고 하시네요. 그런데 제초제라는 농약이 글쎄, 식물이 물을 못 흡수해 말라죽게 하는 원리라고 하더라구요. 아무리 농작물에 피해없이 풀만 죽이는 제초제라도 그렇게 사악한 화학물질이 땅 속에 스며들면 그 땅에서 자라는 작물도 안심하고 먹을 수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지금은 손 닿는데까지만, 딱 재밌고 즐거운 만큼만 풀도 뽑고 땅도 일구고 그래볼려구요. 더 고되고 힘들어지면 제초제는 아니더라도 관리기는 사고싶다는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이미 검색을 하고 있거든요. 허허허


옛날에는 그냥 풀인 줄 알았겠죠. 지금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돼지감자 싹

우리 과수원땅에는 과수나무를 제외한 땅 전부에 돼지감자가 자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임대인께서 자두과수원과 돼지감자 농사를 병행하셨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돼지감자를 실컷 먹겠다 좋아했는데 이제는 땅 어디를 파도 돼지감자가 나오니 무얼 심어도 새로운 것이 뿌리를 잘 내릴지 걱정이 되기도합니다.


덕분에 돼지감자를 매일 먹고 있어요.

돼지감자 깍두기도 담가볼까

피클이나 장아찌를 만들어볼까

돼지감자전?

돼지감자떡?

돼지감자로 디저트를 만들 수는 없을까


과수원 일은 가지치기를 하고있습니다.
전 vs 후 (덩쿨에 뒤덮인 나무도 살려주고 있어요.)

요즘 과수원에는 약 살포와 스프레이가 한창입니다. 꽃이 필 무렵 한번 하는 것을 보았는데 꽃이 지고 지금 또 한번씩 하시더라구요. 돈이 될려면 약을 해야 벌레가 안먹고 상품가치가 생기니까요. 우리는 그런쪽으로는 관심이 없어서 농약도 스프레이도 하지않고 있습니다. 우리 전에도 이 과수원은 오랫동안 자연농법과 유기농으로 해와서 농약을 하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벌레먹고 크기가 못생기거나 작아도 그런 것들을 찾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여름도 아닌데 한 낮이 벌써 더워졌어요. 더울 땐 밭일을 하기 힘드니 낮잠을 조금 자는 것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사는 과수원집은 주말주택처럼 가끔오는 농막형식으로 지어져서 방이 따로 없습니다. 큰 공간 하나에 잠을 자는 다락이 하나 있지요. 지난 몇년간 캠핑카에서 먹고자고 했더니 팔다리를 다 뻗어도 벽과 천장이 닿지않는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고 좋을 뿐이예요.


저녁거리를 수확하러 나가봅니다.

달래밥을 지으려 달래를 캐왔습니다.

마늘부추도, 이름 모를 무엇도 같이 따왔는데 저것은 옥잠화라는 꽃이라고 합니다. 먹는 것이 아니었어요. 넓적한 잎사귀를 꽃병에 꽂아 테이블 위에 두었더니 나름대로 예쁘더라구요. 옥잠화는 여름에 하얗게 꽃이 핀다는데 너무 기다려집니다.


이렇게 생긴 꽃대도 자라고 있습니다. 다른 집 마당에도 자라던데 어떤 꽃을 보여줄지 너무 궁금해요.
여보씨가 이건 컴프리가 아니냐며 가리킵니다.

아 컴프리!


호주에 있을 때 '베러 홈즈 앤 가든'이라는 티비 프르그램을 자주 시청했어요. 집과 정원을 안밖으로 꾸미고 잘 관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인데 그곳에서 컴프리는 아주 좋은 퇴비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었거든요. 컴프리 잎을 수확해서 물에 우려내면 아주 훌륭한 유기농 액체퇴비가 된다구요.


컴프리를 활용해서 자연퇴비를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랫만에 '베러 홈즈 앤 가든' 프로그램을 좀 찾아봐야겠어요. 


우리 과수원에는 필요한게 모두 있네.

정말 정말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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