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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Jul 14. 2019

사랑, 아름답게 변화하기를

트레바리 첫번째 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남녀의 탐색전이 시작되는 순간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가 치열하다. 둘 사이를 형성하는 공기가 빽빽하고 서로가 내뿜는 숨을 섞으며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될 이유'들을 찾는다. 라비는 끊임없이 커스틴을 관찰한다. 그리고 커스틴이라는 퍼즐을 완성하며 그녀와 연애할 적절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두 남녀의 연애가 시작되고 서로의 좋은 점들만 보며 만나게 되는 순간에는 마치 사랑을 만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인생의 스파크'와 같았던 연애가, 그 상대방과 평생의 동반자로 함께 지내며(결혼이라는 잔인한 제도 아래) 일상을 그려내야 하는 과정을 잔인하게 그려냈다. 사랑이 시작된 이후의 감정, 그리고 빠르게 나아가는 시간이라는 변화과정 속에서 연인으로써, 그리고 부부로써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건사고들, 그리고 그 사건사고들 안에서 만들어지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감정들을 더 집요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어떻게 사랑이 변화하는지도. 서로를 위한 일이라며 스스로 옳다고 생각한 가치관을 상대방의 가치관에 욱여넣는 일이라던가(이 얼마나 이기적인 일인가), 사랑이라는 잔인한 이름을 빌려 내 앞에 일어난 부정적인 일에 대한 탓을 상대방에게 돌린다던가. 기본적으로 사랑을 받는 주체로 살아간 인생이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사랑을 주는 삶"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삶이라던가. 영원히 사랑할 것 같았던 아내를 등지고 다른 여자를 품에 안는 순간 겪는 허탈함과 함께 느끼는 혼란스러움이라던가. 등등등.



어떤 감정들은 학습되며 발전하기도 한다. 같은 감정 앞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는 조금씩 나아지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예외다. 마치 사랑 앞에 나는 모든 걸 아는 듯 하지만 내가 이 감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야 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이 감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 연민, 착각, 자비와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지, 생각의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한 채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물음표가 가득할 것이다.


그럼에도 아름답다.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나, 나를 제외한 그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모든 감정(그 감정이 분노와 미움일지라도)을 나누게 되고 그 누군가를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서로의 어두운 마음을 존중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을 찾아가는 과정(그 과정이 힘들지라도)을 겪는다는 것과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순간이.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나의 그 사람'을 온 마음을 다해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낭만이라곤 쥐뿔도 없는 고군분투의 시간들"이 쌓이게 되는 것이. 그러한 과정들 속 변화하는 모습들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때서야 난 '사랑'이라는 것을 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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