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작가 미술장터라는 명칭으로 수십건의 예술행사가 열렸다. 2015년부터 2017년도 현재까지 굿-즈, 유니온 아트페어, 그림도시 등의 '작가 미술장터'가 열렸고, 현재는 취미관, 연남동 아트페어가 진행 중이며,남은 11월, 12월에는 퍼폼2017, 블라인드데이트2017, open to you: art market을 앞두고 있다. 이 행사들은 작가의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공식 포스터 하단을 보면 알 수 있듯 문화체육관광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의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 팔 수 있는 다수의 미술장터 행사들이 바로 이 지원 사업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2015년부터 시작한 지원 사업 중 하나인 '작가 미술장터'를 좀 더 살펴보자. 작가 미술장터 공모개요를 살펴보면 추진 목적은 크게 작가들의 미술품 판로개척과 저렴한 판매가격을 통한 소장문화의 확산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가에겐 미술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하고 소장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 사업명 때문인지, 작품 직거래시장으로 느껴지고, 몇몇 행사는 '작가가 직접 판매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소장한다.'는 컨셉을 갖기도 한다.
기존 미술시장 진입과 아트페어 참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작가들에게는 전시에서 판매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받는다고 하니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작가들이 이러한 직거래 시장을 선호하는 또 한가지 이유에는 기존 미술시장이 건강하게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도 일부 있을거라 생각한다. 가령 화랑이 작가 발굴과 프로모션 등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채 중간에 앉아서 그저 작품값의 수수료를 떼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 역할을 다했던 억울한 화랑도 있을 것이다. 본 기사 본문에도 이러한 설명이 나온다.
http://news1.kr/articles/?3038017
"판매 중개 수수료 없이 작가들이 모든 수익을 가져가는 직거래 형태에 대해 참신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갤러리들 입장에서는 기존 유통 시스템에 대한 저항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협회가 미술인 정책 세미나를 공동주최한 자리에서 "작가 직거래 장터 출신 작가들의 화랑 영입을 자제할 방침"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그 예다."
예술을 어려워 하는 내 친구 중 한 명은 내가 이곳 저곳 재미있어 보이는 전시를 많이 다니는 것 같아 보였는지 내게 전시를 보러 같이 가자고 청했다. 나는 예술에 전혀 흥미가 없는 친구가 그런 소리를 하자 반가운 마음에 취미관이라는 전시를 같이 보러 가자고 말하며 간략히 이 전시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러자 내 친구는 "거기 가면 작가들이 현장에서 직접 작품도 판매하고 즉석에서 작품도 사는거야?"라고 물었다. 예술계를 낯설고 어려워 하는 친구에게는 작가 미술장터란 작가가 직접 예술작품을 설명해주고, 마음에 드는 작품 몇 개 중에 적어도 하나는 부자가 아니더라도 사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어쩌면 일부 시민들 중에서는 유니온 아트페어에 가면 해당 작가들이 전부 전시 현장에 있고 마음에 드는 작품의 해당 작가와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사업의 취지 또한 새로운 향유자를 만나고, 새로운 컬렉터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더더욱 염두해 두어야 하는 이들이 바로 예술로의 진입이 낯설지만 기회가 되면 언제든 미술계의 파이를 키워줄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작가 미술장터 사업의 명칭은 직관적으로 작가들이 직접 판매하는 미술 시장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화랑이라는 유통구조의 생략을 통해 작가도 구매자도 중간 수수료가 없어져 윈윈할 수 있다는 접근은 과연 새로운 판로 개척일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작가 미술장터의 지원하에 이루어 지는 많은 행사들이 모두 '직거래'라는 키워드로 묶이기에는 다소 한계가 존재하는 듯 하다.
사업의 지원금에는 기획진의 인건비가 적절하게 책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일부 참여작가가 여러 '작가 미술장터'에 중복적으로 참여한다는 점 등은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치고서라도, 지원의 방향성과 추진 목적의 모호함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있다.
우선 그 명칭으로 '작가 미술장터'를 사용하여 마치 작가가 직접 거래하는 직거래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작가가 직접 거래하는 유통구조는 새로운 판로개척이라기 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던 방식에 가깝다. 이미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직접'판매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정도이니 말이다.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소장할 수 있게끔 시스템적인 혁신을 이루었다기 보다 그저 작가들이 150만원짜리 이하의 중저가 작품을 가져왔다는 지극히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에게 새로운 판매 경로를 마련하고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소장을 가능케한다는 두 가지 목적의 혼융으로 그 변화의 스코프가 매우 작아져버린 한계점을 갖게 된다. 또한 이미 기존 시장에서 갤러리를 통해 유통한 작가라면 작품 가격을 '저렴한 거래가 가능한 시장'에서의 판매에 좀 더 고심해야 한다. 전략없이 단순히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는 것이 반드시 도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이전 소장자와의 에티켓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작가 미술장터' 지원 사업의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또한 약 5천명의 관람객과 1억의 총수익을 거둔 2015년도《굿-즈》와 같이 그 수치상의 결과물을 놓고 성패를 가르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성과지향적인 평가는 양적인 성장에만 몰입하게 할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 작가 미술장터 사업의 지원하에 이루어진 많은 장터가 하나하나 모두 새로운 콘셉을 가진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이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예술가를 포함한 다양한 예술씬의 주체들을 상자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닌 상자에서 나올 수 있는 지원 사업이 되기를 바란다. 성급하게 실패와 성공으로 치부하는 것은 예술계에 일어날 수 있는 혁신들을 가로막는다는 견지에서 좀 더 긴 호흡으로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적극적인 참여자와 소비자가 되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