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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Dec 14. 2016

별안간 진짜 어머님이 되어버리다.

#3.조리원 3일차. '소주종이컵. 무엇에 쓰는 용도인고??'

하 수유의 길은 정말 험난하다.

간밤 춘이 식량저장고가 만원이라 엄청 아팠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일어나 춘이에게 밥을 준 후 아침을 먹고 조리원 프로그램인 신생아 목욕 시키는 법에 참여했다.

신생아 같은 애기 인형을 가지고 요리 조리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집에 가서 저대로 할 엄두가 아직 전혀 나지는 않는다. 영상으로 찍어두고는 복습해야지..하곤 일단 머릿속애서 딜리트. 지금은 춘이 식량조장고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조리원 실장님을 만나 점검 받았고, 마사지도 받았다. 정말 악 소리가 절로 났는데, 소리 내도 된다고 위로 하셨다. 난 명상 호흡을 하며 복숭아빛 같은 춘이 웃는 얼굴을 떠올렸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호흡은 참 중요하다.

실장님은 마지막 코스로 약간 상처가 난 꼭...지에 연고를 바르고는 소주 종이컵을 잘라 정..성..스레 붙여주셨다. 옷에 닿아 따갑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했다.

가슴도 좀 풀렸고, 잘 참았다고 칭찬 들으니 괜히 으쓱해져서 방에 돌아왔는데 방문을 닫자마자 갑자기 뜬금없이 눈물샘 재폭발.

이번 건은 ' 하, 엄마도 이런 과정을 다 거쳐서 날 키웠었구나.'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내 양쪽 가슴에 붙어있는 소주 종이컵들을 보니 참 웃프기도 했다.

저번에 배운대로 눈을 안 비비고 휴지로 살살 볼을 문지르며 눈물을 닦았다.

때마침 남편이 카톡으로 춘이 사진을 요청하길래 방금 일을 얘기했더니 왠일로 남편이 엄마한테 잘하잰다. 남편도 춘이 낳고 생각하는 바가 많았나보다.


그렇게 춘이 탄생 10일차에 우리는 아주 조금 더 성숙해졌고, 눈물을 닦고는 올라가 초보맘들과 저녁을 먹으며 손가락 관절을 위한 파라핀 손마사지를 잠시 하고 돌아왔다.


그 뒤론 수유 후 데려다주기 유축 반복 사이클.

그렇게 3일차도 지나간다.


난생 처음 소주 종이컵을 몸에 장착해보았다. 물끄러미 내려다 보고 있는데 기분이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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