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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Dec 19. 2016

별안간 진짜 어머님이 되어버리다.

#4. 조리원 7일차. '공손한 아버님'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


조리원 선생님들이 예고 없이 식량 저장고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가슴을 덥썩덥썩 만지는 손길도, 꼬박꼬박 춘이에게 식량 배식하는 일도, 병원 외래접수대, 입원실, 조리원 방,식당,거실 등등등등등 이 근방 어디를 발딛여도 모두 같은 음으로 울려대며 누군가를 찾는 그놈의 전화벨 소리도 모두 꽤나 익숙해지고 있었다.


거기에 춘이 돌봄 파트너인 춘이 아버님이 옆에 상주해 계시는 주말이어서 한층 산모인 나의 상태는 안정적이었다.

그 간 남편 없이도 왠만한건 혼자 처리하는 편이었는데 역시 그놈의 호르몬 영향인지, 초보 어머님이라 그런지 뭔지 그냥 남편이 옆에서 영혼없이 내 말에 고개만 끄덕거린다해도 꽤 위안이 된다.


오늘은 기저귀를 두번째로 갈았다.

아직까지는 춘이 똥이 마냥 귀엽게만 보이는 단계가 아니어서 난 남편의 보조자로 기저귀를 대주고 물티슈를 대령하는 정도였는데... 갑자기 춘이가 시원했는지 뿌드득 방구와 함께 똥을 연속 발사, 마무리는 타원형으로 오줌 발사...초보인 우리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 몹시 당황하였고, 춘이 아버님은 재빨리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넙죽 춘이님의 오줌님을 받들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하던지......ㅋㅋㅋㅋㅋ 눈물이 찔끔 나올 뻔 했다.ㅋㅋㅋㅋㅋ

춘이야..빨리 커서 아빠 엄마 말 좀 귀담아 듣게 니가 손 좀 써주라.^^^^^^^^^^


오늘은 춘이도 어인 일로 자알 먹고 자알 싸고 자알 자며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오늘만 같아라 하며 모처럼 마음에 여유가 생겼던 첫 주말이 이렇게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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