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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o Aug 21. 2024

이래서 '한국'이구나 하고 느꼈던 점

네 나라 네 고향이 좋았던 이유

드디어 터질게 터지고 말았다. 다른 미국 대학으로 연수를 갔던 참여자가 맹장염으로 인솔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채 미국에서 진료비 4천만원을 넘게 쓰고 한국에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1784467?sid=102

나 역시도 미국에서 잇몸병으로 시름 시름 앓다가 결국 예상 귀국일보다 이틀 정도 일찍 한국에 돌아와야 했다. 미국에서 의사를 만난다 하더라도 인솔자가 없는 상황에서 5시간 동안 파파고를 돌리며 의사소통을 하고, 비싼 진료비를 자비로 납부하느니 차라리 한국 의사를 만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였다. 아픈 것도 서뤄웠는데 나를 더 서럽게 했던 일은 비행기 스케줄 바꾸는 것은 예약 변경 수수료가 발생하는 부분은 내가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저소득층 청년에게 주어진 이 기회는 결코 공평하지 않은 것이었다. 생각보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였고, 한국에서 굶을지언정 미국에서는 스테이크 등 아낌없이 써야한다는 등에 이야기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애시당초 이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었음을 금전적으로 반드시 여유가 있어야 함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이전 참여자들은 유튜브에서 미국에서 살려면 2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하였지만 그 이상이 더 필요로 한건 사실이었다. 일단, 학교가 외진 곳에 있다보니 매번 4~5만원씩이나 하는 우버를 타아햐한다는 점과 생수, 식료품 등은 반드시 사비로 사야했다. 모든 기본 생활이 제대로 갖추어 있지 못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기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미국에서 지옥을 고생한 셈이다.

(좌) 공용주방은 벌레들의 죽은 시체로 가득했다 (우) 관리되지 못한 공용주방 기기

누구랑 가는냐도 중요한데, 낯선 사람들과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돈 없이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날, 결국 적금을 깨고 말았다. 한푼 두푼 모은 소중한 돈이었는데 비싼 미국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적금을 깨야만 살 수 있었다. 오히려 나에겐 가지 않는 편이 훨씬 나았다. 차라리 그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내가 한국에서 누리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다. 한국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보고 싶었던 사람은 나의 가족, 나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남자친구가 제일 보고 싶었다. 항상 목소리로만 들었던 그리운 사람들을 네 눈으로 직접 보고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집 나가면 Dog 고생이라는 말이 정말 맞았다.

무엇보다 잇몸병을 앓고 있었던 나에게 의사를 만나는 일은 정말 중요하고 가장 급한 일이었다. 15년 넘게 다녔던 동네 치과의사 선생님을 만났을 때 어찌나 반갑던지 나도 모르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미국에 가서 우는 일이 정말 많았다. 스케일링을 받았는데, 빨갛게 퉁퉁 부은 잇몸은 기계가 닿기만 해도 피가 나기 일쑤였다. 면역이 급격하게 떨어진 상태에서 오게 된 치과를 시작으로 내과 등등을 돌며 진찰을 받았다. 내가 받고 있는 의료보험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미국에서 사실 병원 가는 일 또한 머뭇거린 이유는 무능력한 가이드뿐 아니라 여행자 보험이 있음에도 소용 없는 비싼 의료비도 한몫하였다. 다 지원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해놓고 기사에서도 본 것처럼 막상 언론사에서 이와 관련된 취재가 시작되자마 4천만원을 돌려줄 수 없다던 경기도의 태도는 급변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여하여튼 이런 저런 경험 덕분에 난생 처음 미국에서 겪어야 했던 수모들은 나에게 있어 지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사람인 나도 정말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생해봐야 아는 걸까.

고생하지 않아도 알 수 없는 방법은 없을까.

네가 누렸던 사랑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일인지를 말이다. 무엇보다 네 나라 네 언어로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쌓고 미래를 함께 꿈꾸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일은 한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 중에 하나다.


그렇기에 이민을 통해 성공하는 사람들은 이런 부분들을 감수해냈기에

'성공'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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