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환경에 대한 배려를 배우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드립니다
옥상마저도 네 집 같았던 빌라에서 유년기 시절을 보내고 난 뒤 이사를 가게 된 곳은 아파트였다. 처음 아파트를 보았을 때 들었던 느낌은 설렘이었다. 허름했던 빌라보다는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 관리가 되는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그와 반면에 빌라는 집주인이 아닌 이상 어느 누구도 관리를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청소년기 시절을 아파트에서 보내면서 아파트가 주는 느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당시에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을 하곤 했었는데, 그날이 되면 경비아저씨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일을 하기에 바빴다. 일부 몇몇 주민들이 재활용을 구분하지 못하여 버리는 쓰레기 때문에 이것을 다시 분리해야 하는 경비아저씨들의 수고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재활용을 하면서 내심 부끄웠던 일이 있었다.
그도 그런 것이 버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애매한 것들이 분명 있다. 등받이 베개 등과 같은 분류하기 난해한 것들이 있기도 한데, 폐기물 스티커를 버려야 하는지 쓰레기봉투에 넣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스티커를 사러온 편의점 직원은 내게 경비아저씨에게 물어보라고 하였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경비아저씨는 내게 2000원 스티커를 붙이면 된다고 하였고, ‘감사하다 ‘는 말을 덧붙였다. 난생처음 경비아저씨로부터 ‘감사하다 ‘는 말을 들었을 때, 왠지 모를 죄송함이 느껴졌다.
우리 집 아파트에는 경비원 두 분이 계시는데 한분은 융통성이 나름 있으신 분이셨고, 한분은 정말 FM 그대로인 원칙주의자 같은 분이 계신다. 주차 때문에 자주 경비실을 찾게 되면서 그분들의 성향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런 것이 FM 경비원이 재활용을 하면서 내뱉는 험한 말 때문에 귀가 가려웠는데, 들고 있던 봉지를 재활용하려고 하자 경비원이 아니라고 손짓하길래 음식물 쓰레기통 옆 쓰레기통에 담았더니 담부터는 거기에 버리지 말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자 내심 기분이 나빴던 탓인지 나도 모르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였는데, ‘네’라고 하면 끝날 수도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변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이상의 변명을 이어가지 않은 채 다시 짧은 대답을 뒤로한 채 급히 자리를 떠났다.
재활용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국에서 했던 재활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재활용에 예민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음식물, 페트병 등 모조리 한 곳에 버렸다. 처음 그러한 문화를 보게 되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직간접적으로 재활용에 대해 교육을 받고 행한 습관이 있던 터라 모두들 미국에서도 재활용은 당연하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활용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재활용을 하지 않는 미국인들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버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할 수도 있겠지만 치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것을 처리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보게 되었는데, 미국에서는 주마다 다르게 재활용을 한다고 한다. 그보다는 분류는 하는 건지도 궁금했는데, 많은 지역에서는 일괄적으로 수거하는 단일 스트림(single-stream)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미국에서 보았던 것처럼 모든 재활용을 한 곳에 버리면 이러한 것들이 처리시설로 모여 이후에 분류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오염된 재활용품이 증가하여 재활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미국 버디와 함께 나눈 프레젠테이션에서 듣게 된 미국 재활용률은 30~35% 정도로 낮은 편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원인은 교육에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의 재활용 교육은 단연 으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면 등을 활용하여 재활용에 대해 수시로 교육을 받고 있는 나도 재활용이 뭔지 어떻게 하는지 교육을 받으면서 청결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는 데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러한 이유에서 미국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포장재를 도입하고 있다고 하였다.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모두가 함께 사는 곳인 만큼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권리는 모두가 만들어나가는 거라고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다.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 온 후 내가 했던 제일 부끄러운 일은 쓰레기봉투를 문 앞에 둔 일이었다. 잠시 밖에 놔두고 외출하러 나가는 길에 버려야겠지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 네 문 앞에 붙여진 포스트잇을 보게 되었다. 포스트잇에 읽힌 내용은 복도에 냄새가 날 수도 있으니 바로바로 버려줬으면 하는 바람의 친절한 내용이었다.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쓰레기를 밖에 내놓거나 한 적이 없었다. 나 혼자만 사는 공간이 아니기에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독주택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단톡주택에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이러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이 해방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파트가 단톡주택보다는 훨씬 살기 편하다고 생각했다. 단독주택은 모든 것을 자가수리, 자가관리가 필요한데, 바쁜 직장, 학교 생활로 인해 그럴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파트가 주는 관리 & 수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화장실 환풍기도 관리사무소에 전화하면 교체해 주고, 복도가 지저분해지면 아침마다 밝은 미소로 인사해 주시는 청소 아주머니들을 보면서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러한 감사함도 가끔은 무뎌질 때가 있곤 하는데,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에는 밑에 세대에서 담배냄새가 올라오거나 소음이 들려올 때면 아파트에 사는 대가를 치러야 하기도 했다. 무엇이든 장단점이 있는데, 층간소음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서로에게 예민한 문제인지 이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로 보아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교육과 더불어 연대의식을 갖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여러모로 편리하고 효율적인 측면도 있지만 노후에는 단독주택에서 한가로이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시간과 경제적으로부터 자유를 얻어 스스로 자가관리 하면서 주거에 대한 한층 더 여유롭고 마음의 안식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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