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 간호대생의 미국 여행기
뉴욕이 어땠냐고 묻던 동기에게 난 단호하게 말했다.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뉴욕은 이런 곳이 되었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뉴욕을 떠나는 길이었다. 비싼 우버비를 대신해 타게 된 뉴욕 지하철은 미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는 느낌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 에어컨조차 바랄 수 없는 덥고 습한 역사 안, 스크린도어가 없는 선로 등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타게 된 뉴욕 여행의 마지막 지하철은 존 F케네디 공항을 향하여 달렸다.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싶지 않았다. 그저 흐르는 데로 놔두었다.
그동안 몹시 외로웠던 탓이었을까. 한국에서 느꼈던 외로움과는 다른 차원의 외로움이었다. 맞은편에 마주 앉았던 흑인 부부의 모습이 흐려졌고, 이내 또다시 흘러내려오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사람들이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모습을 알아봐 주지 않길 바랐다.
무엇이 나를 더욱더 외롭게 했을까
홀로 여행하고 혼자 돌아가는 길은 무척이나 외롭고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오롯이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 내야 하는 이 모든 것들이 두려웠다.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그저 나 자신 뿐이었다. 사람들은 있었지만 외로웠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기숙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뉴욕보다 환경이 더 열악한 숙소에서 일주일을 더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먼지가 쌓인 블라인드와 선풍기, 환풍구 조차 없는 1인실 기숙사는 온갖 병상의 온상이었다.
그러던 중 공사로 갑자기 막혀버린 지하철 입구 때문에 뉴욕 whole mart 근처를 30여분을 돌고 돌아 결국 지하철 직원의 도움으로 제대로 된 길을 안내받게 된 다행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흑인 여자 경찰의 무례한 행동으로 인해 미국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지하철에서 내려가게 된 존 F케네디 공항에서 타게 된 셔틀버스는 정말이지 복잡했다. 구글맵에서 알려준 대로 또다시 돌고 돌아 내리게 된 곳에서 마주하게 된 흑인 여자 경찰에게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대해 길을 묻자 여경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앉은 채 아래위로 나를 훑어보더니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백인 가족들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났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몹시 불쾌했고, 마음이 무척 상했다. 한국이었으면 분명 따질 텐데 총을 쓰는 나라이다 보니 더욱이 몸조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불쾌한 감정을 뒤로한 채 목적지로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한국 #고향
그것이 내가 느꼈던 뉴욕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화려함 뒤에 가려진 민낯.
그리고 한국에 다시 돌아온 지금,
아직 한국은 정말 살만한 나라일까?
라고 내게 지금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미국의 가기 전과 후로 나누어진다. 가기 전에는 미국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선진국, 꿈과 희망의 나라, 할리우드, 기회의 땅 이 모든 단어가 곧 미국을 대표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난 그것을 곧 진실인지 증명하기 위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보다 더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직은 우리나라가 살만한 곳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고 조금만 더 용기 내어 보길 바랐다.
내가 용기를 내었던 것처럼 말이다.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