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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효 작가 Jan 23. 2022

천관산이 품은 시크릿가든        장흥 천관산 동백

2월 넷째 주 남도여행

어느덧 2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여수 오동도에서 시작된 동백 레이스가 이어진 곳은 천개의 면류관을 쓴 장흥 천관산이다. 장흥의 봄소식을 알리며 피어난 수십억 송이의 동백이 상춘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장흥 천관산 자락에 들어선 동백숲은 2만여 그루의 토종 동백나무가 자생하고 있는데 단일 수종으로는 국내 최대 면적을 인정받아 2007년 한국기네스에 등재된 바 있는 명망 높은 동백숲이다.

동백숲이 우거진 곳은 천관산 양암봉(464m) 아래쪽 계곡으로 20ha에 걸쳐 길게 띠 모양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제 막 청년기에 접어든 20년생 나무부터 수백 년 된 동백나무까지 2만여 그루에서 꽃망울을 틔어낸 동백이 이른 봄마다 화려한 꽃 대궐을 이룬다.


< 천관산 동백숲 군락지 >

동백숲의 성지로 손꼽히는 장흥 천관산은 호남의 5대 명산으로 다양한 모양으로 솟아 있는 기암괴석이 마치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 같다하여 ‘천관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름과 관련된 또 다른 속설로는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이 사랑한 천관녀가 숨어 살아서 천관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해발 723m의 천관산은 장흥 관산읍과 대덕읍 경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산봉우리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바위들이 신비롭고 웅장한 매력을 뽐낸다. 산을 오르면 탁 트인 남해안의 다도해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져 있는데 봄의 동백부터 가을 억새까지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호남의 명산이다.


< 장흥 천관산 >


천관산 동백숲은 새해가 시작하는 1월부터 4월까지 붉은 동백꽃이 끊임없이 피고 진다. 2월의 산은 아직 나무에 물이 오르지 않을 때라서 멀리서부터 붉은 동백꽃이 눈에 띄는데 동백 꿀을 따먹으러 온 동박새들이 천관산에 문전성시를 이룬다. 워낙  깊은 숲 속에 자리하고 있어서 아는 이들만 찾았던 천관산 동백숲이 세상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021년 방문해야 할 아름다운 명품숲’으로 선정되면서 찾아오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해발 7백 고지 산을 한참 올라야 만날 수 있는 동백숲이다 보니 다른 동백 여행지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덕분에 여유롭게 동백꽃을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천관산 동백숲은 유전자 보호림으로 지정돼 있지만 탐방객들의 출입을 막지는 않는다. 계곡 길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는 동백숲을 따라서 약 1.2km의 탐방로가 산 아래 전망대부터 산 위 전망대까지 이어져 있다. 양쪽 모두에서 출발할 수 있지만 내리막 코스인 위쪽 전망대부터 걷는 게 좋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보면 꽃구경할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천관산 동백숲이 지금껏 옛 모습을 지켜올 수 있었던 데는 장흥 군민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천관산 동백숲 보존회’를 결성해서 동백숲 보존에 앞장서고 있는데 해마다 어린 동백나무를 심는 일을 잊지 않는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곳, 장흥 천관산 동백숲의 최대 매력이다.


천관산은 등산 여행지로도 손색없는 곳이다. 많은 이들이 찾는 명산답게 산을 오르는 등산 코스가 정말 다양하다. 산세가 그다지 험하지 않고 능선을 따라 다양한 등산로가 마련돼 있어서 여행 일정이나 체력에 맞춰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산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코스가 대략 열 개 정도 되지만 그 가운데 다섯 개 코스가 가장 사랑받고 있다.


<천관산 산행코스>

*코스1(양근암) : 장천재-양근암-정원석-연대봉 (2.5km, 1시간 30분)

*코스2(금수굴) : 장천재-체육공원-금수굴-환희대-연대봉 (2.4km, 1시간 50분)

*코스3(금강굴) : 장천재-체육공원-금강굴-환희대-연대봉 (4.5km, 2시간 10분)

*코스4(구룡봉) : 천관문학관-탑산사-구룡봉-환희대-연대봉 (4.2km, 2시간)

*코스5(휴양림) : 천관산휴양림-진죽봉-환희대-연대봉(2.8km, 1시간 30분)


< 천관산 자연휴양림 >

 천관산의 또 다른 매력은 산을 오르면서 볼거리가 많다는 점이다. 산중턱에 자리한 ‘천관사’에 들러 고즈넉한 운치를 느끼며 옛 유물들을 구경할 수 있고, 지역 주민들이 힘을 보태서 만든 ‘천관산 문학공원’에서는 기암괴석에 새겨진 문인들의 글을 만날 수 있다.

동백나무와 비자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천관산자연휴양림은 숙박과 캠핑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다. 숲해설 탐방, 표고버섯 관찰하기, 손수건 물들이기 체험 등 다양한 산림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서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장흥은 산과 바다, 평야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남도의 땅이다. 덕분에 맛있는 먹거리를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 특히 토요일마다 열리는 정남진 토요시장에서는 한우전문시장이라는 별칭답게 다양한 한우요리를 즐길 수 있는데, 한우에 표고버섯과 키조개를 한꺼번에 구워서 먹는 ‘장흥삼합’은 남도밥상의 절대강자인 홍탁을 위협하는 별미 중의 별미다.

바다에서도 맛난 겨울 별식이 기다리고 있다. 관산 앞바다에서 겨울마다 키워낸 매생이는 1월과 2월이 제철인데 향긋한 향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매생이국은 영양분까지 풍부해서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매생이국을 맛 볼 기회가 있다면 남도 갯마을에서 왜 미운 사위에게 주는 음식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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