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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효 작가 Feb 04. 2022

'열려라! 신비의 바닷길’ 진도

4월 넷째 주 남도여행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여행지를 고를 때도 사람이 북적이는 곳보다 오붓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선호하면서 남도를 찾은 여행자들이 늘었다. 삶의 쉼표가 필요한 순간, 수선스럽지 않은 남도의 자연 만큼 안성맞춤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산과 바다에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한 봄이면 남도에서 가장 유명한 바닷길이 열린다. 그것도 일 년 중 딱 한 번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이다. 국가명승으로 지정된 ‘신비의 바닷길’은 진도군 고군면 회동마을과 마주보고 있는 의신면 모도를 잇는 길이다. 일명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 길은 일 년 중 가장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봄철 영등사리(음력 2월 그믐날 경)에 폭 30~40m, 길이 2.8km의 드넓은 바닷길이 드러난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 이렇게 널리 알려진 것은 푸른 눈의 외국인 때문이다. 1975년 주한프랑스 대사가 진도 관광을 하다가 바닷길이 열리는 현상을 목격하고 프랑스 신문에 ‘모세의 기적’이라고 소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  진도 고군면 회동마을~ 의신면 모도 바닷길  >

진도 신비의 바닷길에는 뽕할머니 전설이 깃들어 있다. 먼 옛날 진도에는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다고 한다. 지금의 회동마을이 산세 험한 첨찰산 자락에 터를 잡은 까닭에 호랑이가 자주 나타나서 마을 이름이 "호동"으로 불렸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먹이가 부족한 보릿고개에 호랑이가 마을 안까지 들어와 피해를 입히자 온 마을 주민들이 바다 건너 ‘모도’로 도망을 갔다. 혼비백산 떠난 가족들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 채 홀로 회동마을에 남겨진 뽕할머니는 매일 용왕님께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할머니의 간절한 기도에 용왕이 꿈에 나타나 "내일 바다에 무지개를 내릴 테니 그 길로 바다를 건너가라"고 했고 다음날 뽕할머니가 바닷가에 나가봤더니 정말로 바닷물이 갈라지면서 무지개처럼 둥그렇게 휘어진 길이 생겼다고 한다. 모도에서 할머니를 걱정하던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징과 꽹과리를 치며 바닷길을 건너왔는데, 가족을 만난 할머니는 "내 기도로 바닷길이 열려 너희들을 보았으니 이제 소원이 없다"는 유언을 남긴 채 숨을 거두었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회동마을 앞바다에서 뽕할머니를 기리는 제를 올렸고, 바닷길이 열리는 날이 뽕할머니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 날이라고 해서 영등사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비의 바닷길이 가장 넓고 길게 열리는 날은 일 년 365일 가운데 딱 5일 정도다. 음력 2월 그믐경인 영등사리에 맞춰 바닷길이 열리는데 늦은 밤과 이른 새벽 시간을 제외하면 바닷길을 건널 수 있는 날은 2~3일로 줄어든다. 특히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이 1시간 남짓으로 짧다 보니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야 제대로 바닷길을 체험할 수 있다. 


진도 회동마을 앞바다에서 모도까지 이어진 바닷길은 2.8km, 바닷길이 열리는 한 시간 동안 두 섬을 왕복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바닷길이 열린다고 하지만 여전히 물길이고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많아서 장화를 준비해서 가는 게 좋다. 바닷길을 건너면서 미역이나 조개 같은 해조류 채취도 가능하니까 작은 바구니나 비닐봉지를 챙기면 유용하다. 그렇다고 해조류 줍는 재미에 푹 빠져 걸음을 지체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금세 바닷물이 밀고 들어와서 바닷길 중간이나 모도에서 발이 묶일 수 있는데 해마다 모도에서 배를 타고 나오는 여행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진도군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영등사리에 맞춰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이어져 오고 있는데 씻김굿, 다시래기,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만가, 북놀이 등 진도의 전통 민속공연과 다양한 체험행사가 함께 마련된다. 유럽과 북미권 국가에서는 모세판 기적이라고 해서 바다 갈라짐 현상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관광객들도 꾸준히 찾고 있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직접 진도에 가지 않더라도 바닷길이 열리는 현장을 진도군이 운영하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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