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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효 작가 Dec 12. 2021

함께 걷는 행복숲길, 영광 물무산

1월 둘째 주 남도여행


사계절을 겪어보면 겨울만큼 낭만적인 계절이 없다. 코끝을 시큰하게 얼리는 알싸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여행을 해 본 이들은 알 것이다. 겨울에 홀로 즐기는 여행만큼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추억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전 세계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을 살아가는 시대에 호젓하게 겨울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영광에 있다. 굴비의 고장이자 바다 여행지로 사랑받는 영광이지만 바다처럼 매력적인 산과 숲을 품고 있다. 그 중에서 요즘 걷기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물무산 행복숲>은 겨울에 꼭 걸어봐야 하는 영광의 길이다.  


물무산은 영광읍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영광생활체육공원’ 바로 옆에 있다. ‘물무산 행복숲’이라는 고운 별칭이 붙게 된 것은 2018년으로, 종합 산림복지숲 사업의 일환으로 새롭게 조성된 곳이다. 숲의 기능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숲길 곳곳에 ‘둘레길 트랙킹 코스’와 유아숲 체험, 편백명상원 같은 다양한 숲체험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물무산 유아숲체험원>

해발 257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야트막한 산이다 보니, 정상 정복같은 등산의 개념보다는 숲길을 따라서 산을 한 바퀴 돌아본다는 마음으로 걸으면 된다. ‘숲속 둘레길’은  계단이 없는 완전 평지형 숲길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돌아볼 수 있다. 특히 황톳길을 그대로 유지한 숲길이라 숲이 주는 건강한 기운까지 듬뿍 받으면서 산책할 수 있다. ‘숲속 둘레길’은 총 세 가지 코스로 나눠져 있어서 시간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데 가장 긴 코스가 10km로 성인 걸음으로 3시간이면 족하다. 


<물무산 맨발황톳길>

 ‘물무산 행복숲’이라는 이름으로 첫 개장한 2018년 당시, 일 년 만에 10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특히 ‘유아숲 체험장’은 나무를 이용한 다양한 놀이기구와 물놀이장이 있어서 가족여행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름드리나무들로 우거진 숲 속 황톳길을 따라서 맨발로 숲길을 걸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3시간 정도 숲길을 걸으면서 피톤치드를 흠뻑 마시면 온 몸에 건강한 기운이 도는 걸 느낄 수 있다. 덕분에 겨울에 깔깔했던 입맛도 살아나서 밥맛도 좋아진다. 물무산은 영광읍과 묘량면을 품은 산인데 바로 옆으로 대동면이 맞닿아 있다. 그곳에 가면 술맛 좋기로 유명한 막걸리 주조장이 있다. 일명 ‘대마 할머니 막걸리’로 불리는 전통주를 빚는 술도가다. 방송 촬영으로 인연을 맺었던 주인 할머니의 술맛은 가히 일품이었고 오래도록 단골이 됐지만, 아쉽게 몇 해 전에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에 아드님이 대를 이어 막걸리를 빚고 있다. 대마할머니께서 친정에서 배운 전통 비법 그대로 빚은 막걸리는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일품인데 영광 법성포 보리 굴비 정식과 궁합이 잘 맞는다. 

<KBS별똥별-영광편 촬영당시 '굴비정식' (feat.우승민 김용명 김한별) >

 

<KBS별똥별-영광편 촬영 당시 '굴비정식' (feat.우승민 김용명 김한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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