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부터 배울까, 그냥 말부터 하고 볼까

스톡홀름 이야기 - 효과적인 외국어 습득과 교수법 (실제 사례들 종합)

by 황지현 박사

이번 주 금요일에 원어민 강사들이 모여서 언어 관련 가장 논의가 되는 외국어 공부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한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국어, 스웨덴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선생들이 다양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한 경험, 즉 오랜 시간 축적된 데이터를 종합해서 얻게 된 집단 지성을 공유해 본다.


1. AI를 언어 학습에 어떻게 활용하는가 상당히 많은 선생님들이 ai를 언어교육에 사용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자면 수업 전에 어색함을 깨기 위한 질문들, 혹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대화, 발표 주제로 적합한 질문들을 AI한테 물어서 추린다. 그래서 학생들이 이 질문들을 바탕으로 대화나 발표를 하게 한다.


사용인구가 많은 스페인어는 물론 스웨덴어 노르웨이어도 아직 AI는 100% 완벽하게 문법 검사를 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인간 전문가가 한 번 더 보고 교정을 해야 자연스럽고 올바른 작문이 된다.


이런 경우도 있다. 초급반인데 한 학생이 글짓기를 완벽하게 잘 해온 것이다. 알고 보니이 학생은 스스로 작문한 것이 아니라 AI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작문 숙제를 시킨 것이다.


이럴 때 선생은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선생들은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처음부터 아예 직설적으로 AI를 숙제나 초급 작문에 사용하지 않는 말고 틀려도 되니까 우선 스스로 글을 써 보라고 권유해야 함에 동의했다. 그래도 학생의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면 왜 굳이 수업에 와서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과 공부를 하니라고 묻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결론은 얻었다. 그럴 거면 적지 않은 수업료를 내고 학교에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AI가 외국어 선생들의 일자라를 빼앗아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선생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언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간과 인간을 서로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따라서 AI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사람들 간에 언어적 의사소통은 사회적 교류와 정서. 감정적으로 연결해 주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2. 학생들한테 어떻게 재미있게 문법을 가르칠 것인가 역시 중요한 문제였다.


실제 사용 예가 없이 말이나 텍스트가 없다면 문법은 추상적인 규칙-논리 체계에 불과하다.


재미있게도 스웨덴 학생들은 말하기와 듣기보다 문법 공부하는 것을 지루해하고 어려워한다고 한다. 이는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문법과 어휘를 외우고 시험 보는 것은 잘 하지만 말을 하거나 듣는 것이 어렵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것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그리고 고급 영어를 스웨덴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선생님의 말에 시사점이 있었다. 학생들이 말하기와 작문은 대체로 잘하는데 고급 영문법을 배우면서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말이 고급 영문법에 맞는지 자기 검열을 하기 시작하면서 예전처럼 자유롭게 말하지 않게 ㄷ시었다. 오히려 긴장하면서 부자연스럽게 말하게 되었다.


철자, 문법, 목적에 적합한 문체를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문법을 가르치고 많은 사용 예를 소개하고 설령 실수를 할지라도 일단 말하고, 사후에 틀린 것은 설명해 주고, 다음에는 맞게 이야기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반대로 문법을 안다면 몇 가지 단어를 조합하여 여러 문장을 만들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그래서 실제 예문들을 통해서 문법을 설명하고, 말하기, 듣기, 쓰기를 균형 있게 공부하는 것이 외국어 습득에 중요하다.


3. 학급에 쑥스러움을 잘 타거나 극도로 소극적인 학생이 있는 경우, 혹은 모든 학생이 돌아가며 말하기를 해야 되는데, 계속 혼자서 말하며 다른 학생이 말할 기회를 뺐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수업 전체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 것인가? 여기서 효율적인 방법으로 선생님들은 다음과 같은 제시를 했다. 선생님이 한 명씩 지목,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돌아가면서 시킨다. 그리고 이미 여러 번 발표한 학생이 또 손을 들면 그 학생은 보지 말고, 한 번도 안 한 사람을 말할 수 있도록 눈을 맞추고 기다린다. 무엇인가 하나라도 잘했을 경우에는 그것을 칭찬해 주면 용기와 적극성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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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있었던 사례가 생각난다. 숙제를 내주면 자꾸만 한글 모음과 자음 순서를 바꿔서 쓰는 학생이 있었다. 처음에는 장난일까 생각을 했는데, 이것이 계속 반복돼서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수업을 한지 몇 주 지나서야 어머니께서 아이가 난독증이 있다고 내게 메일을 보냈다. 난독증이라면 모국어인 스웨덴어로 쓰고 읽는 것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학교 숙제만 해도 힘들 텐데, 대학입시나 취업 등 실리 추구의 목적이 아니라, 한국 문화와 한국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러 꼬박꼬박 수업에 오고, 숙제를 하는 노력이 장했다.


그래서 칭찬도 많이 해 주고 어머니께도 학생이 아주 열심히 공부한다고 수업이 끝난 후 피드백을 주었다.


한국 어머니든 스웨덴 어머니든, 한국 학생이든 스웨덴 학생이든 다 같다. 칭찬과 격려에 모두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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