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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Jul 04. 2020

고교생 자녀가 공부를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한 부모에게

한국, 스웨덴, 러시아 연구생활과 대기업 근무 20년 동안 깨달은 진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스웨덴, 러시아의 대표적인 기업과 대학에서 20여 년간 근무하며 관찰한 결과 내가 발견한 사실은 승진이 빠르고, 자신이 맡은 책임 영역을 넓혀 가는 사람이 늘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열정이 있고, 늘 자신감을 갖고 주장을 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고, 주어진 업무를 꾸준히 지속적인 중간보고를 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해결 방법까지 제안을 하고 성실하게 마무리하면서 상사와 동료들에게 지속적인 신뢰감을 주면서 새로운 과제를 맡거나 업무영역을 넓히고 싶다 (즉, 승진하고 싶다)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것이다. 물론 처세술과 모략으로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는 약삭빠른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다행히도 과반수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들은 곧 한계에 부딪치거나 그들의 잘못이 결국 드러나게 되거나 이들이 퇴사하면 어제의 동료들이 바로 매몰차게 등을 돌리는 것을 자주 봤다. 어쩔 수 없이 함께 일은 해도 직장을 떠나면 차 한잔이라도 같이 마시기 싫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백야다. 저녁 7시에도 밖은 훤하다.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체리나무에서 열매가 일찍 익기 시작해서 조금 따왔다.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크기는 작지만 맛이 더 진하고 새콤 달콤하다. 동네 체리 나무에서 체리 직접 따 보니 “나는 자연인이다”속 주인공이 안 부럽다.


최근에 난 큰 비밀을 알게 되었다. 아니면 뭐야, 이거 나 혼자만 이제야 알게 된 건가...? 물리적 사고가 아닌, 급히 해결해야 할 복잡한 추상적 과제나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기면 논리적 사고나 머리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우선 정반대로 해야 한다는 걸... 일단 강가, 바다, 숲이나 산에 가든지, 주변이 아파트 단지라면 손이나 (그림, 수공예, 손으로 음식 만들기) 몸을 쓰는 걸 (춤, 산책, 운동) 하면 훨씬 낫다.


점심시간까지 책상에서 밥을 먹으면서 시간을 아껴 일하는 스웨덴 남자 동료들은 부활절이 지나고 날씨가 좋아지는 오뉴월만 되면  도대체 왜 여름휴가 때 손수 집수리하기, 벽에 페인트 칠하기 등을 계획하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설레는 표정을 지을까, 누군가가 명품 지갑과 가방에 대해 말하니까 “명품은 무슨.. 결국 그것들은 다 가죽 껍데기에 불과하잖아”라던 동료가 왜 각종 저렴한 공구들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목청 높여서 하다가 입에 있던 음식물이 내 접시에 튀어서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는 나를 바라보며 “아.... 미안, 우리 얘기가 좀 지루하구나? 이제 다른 얘기할 자?”라고 내 속도 모르고 말하는지... 하루 종일 집중해서 일하면 힘 빠질 텐데 왜 그들은 혼자서, 아님 두세명 씩 사내 체력단련실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몰려가서 경쟁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우애를 다지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 좀 알 것 같다. 그건 그들이 나보다 체력이 강한 바이킹의 후예여서가 아니라 정신과 육체의 작동과 회복의 신비를 어릴 적부터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의 질과 질병으로 인한 사회 비용을 생각할 때 예방이 최선책이므로...

각종 연구와 실험 결과에 따르면 몸을 충분히 움직이면 실제로 인지 기능도  향상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등학교가 수학 시간과 영어시간 1시간씩 줄이고 체육, 음악, 미술, 무용 시간을 늘리면 좋을 것 같다. 국어 시간은 책을 읽고 마음껏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이야기하는 수업이 되면 좋겠다. 우리나라 고교생들에게 예체능 시간 줄이며 수학 공부나 우리말로 해도 경험이나 사유, 인문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텍스트를 겉 번역만 할 수 있게 하는 영어 공부에 사교육까지 시키는 건 정말 시간과 자원 낭비다. 전국의 고교생은 11시 전에 소등하고 취침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 자라며 꽃피는 아이들에게 학원에 과외에 6시간 수면은 너무 가혹하다. 사교육비를 쓰는 대신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어학연수 뭐 이런 것 말고 진짜 구경하고 놀러 다니는 여행) 자주 하면 좋겠다. 살아가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지, 우리가 자라면서 배운 것이 좋은 것도 많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세계에는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참 다양한 나라가 있다는 것을, 사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림 같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조기유학이나 해외에서 중. 고등학교를 나오는 것도 해답이 아닌 것 같다. 이곳에도 아버지가 해외 주재원으로 여러 국가에 파견하면서 사립 국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언뜻 생각하면 이 아이들은 유복한 환경에서 우리나라의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서 편하게 공부하고, 영어도 힘 안 들이고 일찍 배울 기회가 있어서 참 좋겠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예상과 달리 이 아이들 중 실제로 자신의 환경에 대해 감사하거나 좋아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대체로 아버지가 3-4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을 하거나 다른 나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아이는 친구들과 친해질 만하면 전학을 하거나 환경이 바뀌어서 힘들다. 40대 어른이 느끼는 1년과 10대 아이가 느끼는 1년이라는 시간의 길이는 정말 다르다. 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모르는 친구들, 선생님 사이에서 자신의 포지셔닝을 늘 새로 정해야 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큰 부담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과 수동적인 학습 방식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해야 하는 자유로운 토론, 정답이 없는 주관식 시험,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할 수 있나, 그리고 과제의 주제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방식이 반대로 매번 스트레스인 아이도 많다. 똑똑한데 모든 것에 정답이 있고 이 정답에 따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우리나라 아이들은 당치도 않은 주장을 자신만만하게 유창하게 펼치는 영어권 아이들 앞에서 다소 작아진다 - 그런데 이 자신만만한 척하는 영미권 아이들조차도 소위 출세지향적인 부모의 높은 기대치와 잘못된 우선순위의 가치체계를 심어주려는 부모의 태도 때문에 힘들어하고 실제로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자신만만한 척을 하는 것이다. 이상한 아이가 있다면 아이가 이상하기 때문이 아니다. 부모가 집에 들어와서 자신들의 일그러진 가치관과 밖에서 하지 않을 언행을 집에 와서 여과 없이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른의 일그러진 모습까지도 그대로 반사하는 거울이다. 이 아이들은 오히려 주입식 교육이 편하고 선생님이 정해주는 데로 공부하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아무리 해외에서 어린 나이에 영어를 배운다고 해도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을 마치고 해외에 온 아이는 영어와 현지어를 배우느라고 초기에 많이 고생을 하고 이 때문에 위축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아빠가 퇴근을 일찍 하거나 휴가를 좀 더 오래 쓸 수 있어서 같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남자아이의 경우에 아빠와 취미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반면에 현실적인 이유로 부모를 따라 초등학교 유치원 다니는 시절에 이곳에 와서 정착, 성장한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찾아가며 행복도가 높은 것을 보았다. 아이의 어머니는 기본적인 것들을 챙겨주고 명문 국제학교가 아닌 현지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켰다. 현지어와 영어를 천천히 배우며 현지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며 적응을 하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명히 알고, 고등학교 때는 현지 아이들처럼 과자를 팔아서 용돈을 벌며 스스로의 경제생활을 책임지는 것을 어린 나이부터 배운다. 또 대학에 가서도 현지 아이들과 똑같이 단순 업무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대학교 진학도 소신껏 하며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독립적으로 일자리도 구하는 것을 보았다. 이 집 어머니가 아이의 성적에 대한 언급을 하거나 공부 열심히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은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정해서 하거나 특별한 날 엄마를 위해 식사를 차려줄 때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첫 아이는 고등학생 때부터 교회에서 유치부 교사로 봉사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과 대학교 다니는 청년들과 자연스럽게 협동을 하게 되었다. 또 100명 남짓 출석하는 작은 교회 어른들로부터 조건 없는 귀여움과 관심을 받으면서 컸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워낙 미적 재능도 뛰어났는데 꿈은 이곳에서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것이란다. 이곳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우리나라만큼 성장하지 않았다. 현실을 고려하고 교회에서 오랫동안 아동반 선생님을 한 경험을 살려 차선책으로 아동교육을 같이 전공을 했다.


부모가 아이를 성적이 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살거나 좋은 행동을 할 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소규모 공동체 안에서 오랜 기간 꾸준히 또래 집단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 상호 작용 (어린이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청장년)을 하며 배우고, 또 주변 사람에게 좋은 말과 축복을 받으며 성장한다라는 조건이 충족되면 아이들은 건강한 자신감을 갖고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게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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