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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Feb 13. 2021

당신도 외국어를 잘할 수 있다 (3)

연구, 학습, 수백 명 학생 교육을 통해 쌓은 30년의 노하우를 풀어본다

왜 많은 사람들이 자녀의 조기 외국어 교육과 조기 해외 연수를 위해 많은 돈을 들이는가? 그것은 어른이 되면 외국어를 배우기 어렵다고 가정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것 없이 외국어를 잘 배울 수 있는가? 


언어 학습에 결정적인 시기라는 2세-사춘기(만 12세 경)가 지나서 공부를 시작해도 외국어를 잘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생이 되면서 배우기 시작한 영어, 그리고 18세 이후부터 20대에 러시아어, 폴란드어를 배우고, 30살이 넘어서 스웨덴어를 배우게 된 경험, 학사, 석사, 박사 기간 동안에 한국, 러시아, 스웨덴 대학교에서 10년 동안 언어학을 연구 기간, 그리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해외에서 사춘기 이후의 청소년, 대학생,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 그리고 퇴직 후 65살이 지나 취미 삼아 모국어와 전혀 다른 말을 배우기도 한 사람 포함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학생들에게 10년 동안 한국어나 러시아어를 가르치고 이들이 어떻게 모국어와 많이 다른 언어를 배우는 가를 관찰하면서 얻게 된 노하우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뇌는 반복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간 투자. 예를 들어 일주일에 몰아서 한 번에 4시간을 공부하는 것보다 매일 꾸준히 30-40분씩 공부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 다른 배움과 마찬가지로 외국어를 학습한다는 것은 규칙적으로 운동해서 신체를 단련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억 어른이나 아이나 그 언어를 매일 하루 종일 접하는 환경이 아닌 이상 배운 것은 쉽게 잊게 된다. 그래서 반복이 중요하다. 학창 시절에 싫어하는 과목을 평소에 공부 안 하고 있다가 시험 전날 벼락공부를 해서 시험은 잘 봤지만 시험 보고 나면 언제 배웠나 싶을 정도로 다 잊어버리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했을 것이다. 이것은 배운 것이 장기 기억이 되지 않고 단기 기억으로 뇌에 저장되었기 때문이다. 단어나 표현 10개를 외우면 1시간 동안은 기억이 날 지언정 다음 날이 되면 잊어버릴 수도 있다.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이 되도록 전환시켜야 하는데 아주 효과 만점인 방법이 있다. 일단 외운 후 시간이 지나서 자기 전에 한 번 반복을 한다. 그리고 그 후 24시간이 지나서 또 한 번 반복한다. 이 때는 시간이 덜 할애된다. 그리고 며칠 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반복하며 외운다. 이런 식으로 반복, 학습한 것은 시간이 지나도 잘 잊히지 않는다. 

단어든, 문법이든 한꺼번에 많이 배우는 것보다 적은 분량이라도 완전히 소화, 사용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이 있다면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이해하고, 문법형 (많은 유럽어의 경우 인칭에 따라 동사 어미가 달라지는 언어도 많고, 슬라브어의 경우에는 심지어 주어냐, 어떤 사물을 소유하거나 전체가 아닌 부분을 나타내는가, 목적어냐, 도구인가, 방향을 나타내느냐, 정적인 장소를 나타내느냐에 따라 명사 어미도 6-7개의 형태가 있고, 여기에 단수/복수에 따른 조합까지 합해지면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 어순, 문장 구조도 어떤 언어는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주어, 서술어, 목적어 등 순서를 마구 바꿔도 문법상 옳고 문장의 겉 의미도 같지만 어순에 따라 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는 언어도 있다. 따라서 일단 배운 분량을 충분히 반복하고 능동적으로 사용, 작문을 하거나 말을 하고 알아들을 수 있을 때만큼 하고 새로운 것을 추가해서 배우는 것이 실속 있다.

둘째,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모두 공부해야 한다. 말하기와 듣기도 새 어휘와 표현 학습, 쓰기와 읽기만큼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이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과 부딪히며 듣고 대화하거나, 그럴 환경이 안 되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많이 들으면 도움이 된다. 좋아하는 노래를 통해 가사를 배워 외워 부르는 것도 효과가 정말 좋다. 유학을 가서 관찰한 결과 우리나라 유학생들은 읽기와 작문, 어휘는 많이 아는데 자기 의견 구두 표현과 듣기가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가 많다. (사설이지만 러시아에서 유학할 때 박사 학위 시험은 필기시험이 아니라 모든 문제가 구술시험이었다. 특정 주제를 놓고 이 주제 관련 현존하는 연구와 이론에 대해서 말로 요약을 하고, 각 이론의 장. 단점과 독창적인 점, 보완되어야 할 점 그래서 나의 의견은 어떡한가를 구술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무엇인가를 충분히 안다는 것은 그 주제에 대해 잘 쓸 수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공자가 아니라 이 주제가 전공이 아닌 사람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말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토론도 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바탕에 있다. 쓰는 것은 시험이 아닌 학술지에 논문 3-4개 이상 게재할 수 있었는가를 보고 평가를 한다. 소논문 몇 개를 게재한 후에야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심사를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외국어를 배울 때 모든 감각을 가능한 다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각, 청각, 촉각, 그리고 조음 기관인 혀, 천장, 입술의 움직임까지 전부 다. 쓰기는 타이핑을 하는 것보다 손으로 쓰는 것이 분명히 더 효과가 좋다. 손으로 특정 표현이나 단어를 반복해서 써봤다면 나중에 머릿속에 기억이 안 나도 신기하게도 몸이 기억을 해서 손가락이 옳은 철자를 쓰게 된다. 

틀리는 것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말하자. 그러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빨리 배우게 된다. 

외국인을 만나서 영어 발음이 안 좋거나 틀릴 까 봐서 말을 안 할 필요가 없다.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닌 이상 실제로 생활하고 일할 때 당신이 외국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하는지에 당신만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오히려 유창하게 발음만 좋게 요점 없이 길게 말하는 것보다 모국어 악센트가 있어도 간단, 명료하게 핵심을 집어 말하는 것이 일할 때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다. 

그래도 왠지 자신이 없으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나와 다른 모국어를 쓰는 상대방은 우리말도 잘 모르는데 당신이 그에게 한국어를 배우라고 요구하는 대신에 당신과 대화 상대 모두 아는 영어, 혹은 다른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선심이라고.  "누가 한국어 배우지 말래? 네 편의를 위해서 내가 내 시간과 노력을 들어서 배운 영어를 좀 써줄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자신이 말한 것을 녹화를 하거나 녹음해서 모니터링하고 교정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면 발음, 어휘, 문법 형태 관련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문장을 말할 때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어느 구문에서 쉬고 말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말의 속도, 강약, 높낮이뿐 아니라 표정과 몸동작 등 비언어적 습관도 개선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효과적으로 말하기와 듣기 능력을 향상할 수 있을까?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글에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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