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 공화국의 바차타, 모리셔스의 세가, 멕시코의 판당고
들어가며: 국가주의 (nationalism), 초국가주의 (transnationalism), 초지역주의 (translocalism)
국가주의는 오랫동안 유럽의 역사가들에 의해 주목받아왔으며, 한 국가뿐만 아니라 대륙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또한 국가주의는 특정 국가의 문화, 음악, 축제의 성격을 고착화시키는데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우리는 특정 음악 장르를 특정 국가와 연결시키는데 이미 익숙하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자메이카의 레게, 포르투갈의 파두 등. 또한 이러한 국가를 대표하는 음악 장르들은 세계문화무형유산에 등재되어 국가의 이미지를 알리는데 공헌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지역 혹은 국가 간의 이주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국가주의'를 넘어선 '초국가주의' 및 '초지역주의' 사상들이 등장하게 된다. 국가주의로 인해 정의되었던 한 국가의 정체성이 재구성되고 재편성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국가와 지역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게 되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바차타 (bachata), 모리셔스의 세가 (sega), 멕시코의 판당고 (fandango)
도미니카 공화국의 바차타 장르의 경우, 본래 20세기 초 도미니카 공화국 시골 마을에 정착한 가난한 미국 및 다른 국가의 이민자들에 의해 연주된 장르였으며, 도미니카 공화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의 고된 삶을 표현하는 음악장르인 동시에 도미니카 공화국의 대표적인 음악 장르가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서 바차타 장르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상품화되었다. 즉 바차타 장르는 시골마을에서 시작된 장르였지만, 한 국가를 대표하는 장르가 되었고 이제는 국가를 넘어선 전 세계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한 세기만에 국가주의, 초국가주의 및 초지역주의의 과정을 거친 것이다.
모리셔스의 세가 음악은 오랜 식민지 제국주의 시절 및 노예무역을 겪으면서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고 초국가주의의 과정을 겪게 되었다. 세가 음악은 본래 모리셔스 식민지 시절 고통받는 노예들의 한을 표현한 장르였다. 모리셔스는 독립 후에도 오랜 식민지 역사의 영향으로 인해 다문화 국가가 되었으며 모리셔스의 세가 음악이 유명해지면서 모리셔스는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관광대국으로 자리잡았다. 한편 프랑스에 거주하는 모리셔스 이민자들은 세가 음악과 춤을 변형하여 새로운 세가 장르를 고안해내기도 하였다.
멕시코의 판당고 음악 역시 소타벤토 (Sotavento) 지역의 작은 마을 축제에서 시작된 음악이었지만 식민지 시절 및 독립 이후 유럽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혼혈인 메스티소 (Mestizo)인들에 의해 멕시코의 대표적인 음악 장르로 자리잡았으며, 현재는 멕시코 이민자들에 의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음악이 변형되고 전파되었다.
바차타, 세가, 판당고 모두 식민지 역사와 이민 역사를 통해 국가주의 음악에서 초국가주의 음악으로 확장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으며 화려한 춤과 퍼포먼스 역시 이 장르들을 세계적인 음악 장르로 발전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과정들을 통해 음악 장르의 내포된 고유한 정체성 역시 변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한 국가를 대표하는 음악 장르에서 세계적인 장르로 변화한 것이다.
나가며
Aterianus-Owanga (2019)는 다양한 지역 음악 장르들이 (local music genres) 국가주의에서 초국가주의의 음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데는 타 지역 혹은 국가로의 이주의 확장과 함께 무엇보다도 인터넷 발달의 영향이 크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마케팅 전략은 다양한 음악 장르들의 상품화 및 상업화를 가속화시켰으며, 전 세계 팬들이 온라인으로 손쉽게 다양한 음악 장르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소셜 네트워크 및 유튜브를 통해 음악의 유통과 전파가 더욱 쉬워졌으며, 음악 장르의 변형 및 다양한 장르와의 혼합 (hybridization)이 더욱 용이해졌다.
참고문헌: Aterianus-Owanga, Alice, Introduction: Towards an Anthropology of Music-Choreography Performances in a Transnational Context, 2019.
https://www.youtube.com/watch?v=NCxEJhk0G4g
https://www.youtube.com/watch?v=lo4VALQgVNM
https://www.youtube.com/watch?v=Jwlo0XulSQ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