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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m Musica Dec 04. 2021

초국가적인 (transnational) 음악: 네번째

4가지 중심축 (Hub), 카사블랑카, 안타나나리보

들어가며: 왜 음악과 이주문제를 논하는가?

음악과 이주 문제와 관련하여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우선 "공간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이민자들이 동양에서 서양으로, 혹은 남반구에서 북반구 지역으로 이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민자들이 이주 국가에서 사회문화적 혹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마찬가지로 많은 이민자 출신의 음악인들 또한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서 음악활동을 할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설령 그들이 고등 음악교육을 받고 음악성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이주에 대한 담론은 그리 단순하게 논의될 수 없으며, 각각의 이민자들  그들만의 개인적인  인생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Kiwan과 Meinhof (2011)는 이민자들의 음악을 연구할 때 이민자들의 출생 국가 혹은 집단적 성격을 띠는 사회문화적 담론 연구에 치중한 나머지 이민자들 개인의 생애 구술사적 연구가 많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즉, 그들은 이민자 음악인들의 개인 생애 구술사적 연구를 통해 이민자들의 음악을 좀 더 다양하고 디테일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논하였다. 특히 이들은 아프리카와 유럽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민자 음악인들의 개인 생애 구술사 연구를 통해 이민자 음악인들이 어떻게 사회적, 문화적, 혹은 예술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은 이민자 음악인들의 음악활동 네트워크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이민자 음악인들의 네트워크는 대륙간의 이동뿐만 아니라 같은 대륙 안에서 국가 간의 이동, 혹은 같은 국가 안에서 지역 간의 이동이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중요한 4가지의 중심축 (hub)들을 분류하였다. 인적 허브 (human hub), 공간적 허브 (spatial hub), 기관적 허브 (institutional hub), 동시다발적인 허브 (multiple simultaneous hub) 이렇게 4가지의 중심축들이 아프리카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민자 음악인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4가지의 중심축 (hub): 인적 허브 (human hub), 공간적 허브 (spatial hub), 기관적 허브 (institutional hub), 동시다발적인 허브 (multiple simultaneous hub)

우선 인적 허브 (human hub)는 이민자들의 음악 커뮤니티 혹은 네트워크에서 리더 역할을 맡거나 중요한 역할을 맡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하며 광범위한 이민자 음악인들의 네트워크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즉, 이민자 음악인들은 서로 직접 친분이 없다 하더라도 지역과 공간을 넘어선 네트워크 자체는 이미 형성이 되어있다는 의미다. 또한 이러한 인적 허브 네트워크 안에서 이민자 음악인들은 서로의 음악을 공유하기도 하며 음악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기도 한다.


공간적 허브 (spatial hub)는 이민자 음악인들의 활동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구축된 지역들을 의미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제적인 대도시들, 예를 들어 파리, 런던, 비엔나, 베를린 등이 공간적 허브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기관적 허브 (institutional hub)는 이민자 음악인들을 지원해주는 단체 혹은 기관들을 의미한다.


동시다발적인 허브 (multiple simltaneous hub)는 말 그대로 동시다발적으로 재현되고 있는 이민자들의 음악활동 그 자체, 혹은 학자들이 연구하는 이민자들의 음악활동 그 자체를 의미한다. 또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인터넷과 매스커뮤니케이션의 발달 역시 동시다발적인 허브의 활성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안타나나리보 (Antananarivo)와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Casablanca)

마다가스카르에 위치한 안타나나리보와 모로코에 위치한 카사블랑카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이자 대도시이기도 하지만 음악적 맥락에서도 중요한 도시들 중에 하나이다. 즉 이 두 도시들은 초국가적인 (transnational) 음악과 초지역적인 (translocal) 음악의 중요 메카라고 볼 수 있다. Kiwan과 Meinhof는 안타나나리보와 카사블랑카에서 활동하는 마다가스카르와 모로코의 시골지역 출신 음악인들을 대상으로 현장연구를 하였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모로코와 마다가스카르의 시골지역 출신 음악인들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음악 역시 시골 전통 양식을 그대로 고수하였다. 시골지역 출신 음악인들은 자신들의 전통양식을 바탕으로 음악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나나리보와 카사블랑카에서 나름 유명해지게 되었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안타나나리보와 카사블랑카의 사회문화적 인프라의 영향이 있었다. 즉, 이 두 대도시에는 이미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세워진 레코딩 스튜디오, 연주 공간과 유럽의 주요 이민자 후원기관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이러한 사회적 인프라로 인해 시골 출신 연주자들이 지역과 공간을 넘어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안타나나리보와 카사블랑카는 시골의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들에게 상업적 성공을 위한 등용문의 역할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방금 언급한 4가지의 중심축 (hub)들을 포용하고 있는 장소라고 볼 수 있다.


나가며

이민자들의 음악은 사회문화적 공간 및 인프라와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에 영향을 받으며 반대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또한 이민자들의 음악은 시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때로는 한 공간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참고문헌: Kiwan, Nadia and Meinhof, Ulike Hanna, Music and Migration: A Transnational Approach, 2011.


https://www.youtube.com/watch?v=ndb0HKGGMeg

Road to Casablan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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