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DNet에 오래전에 기고한 글인데 여전히 참고할만해서 글을 올립니다.
"UX는 어떻게 조직화할 수 있을까?"란 제목의 글이었는데 위 제목이 더 글을 잘 설명하는 것 같아 바꾸어 보았습니다.
고민하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사용자 경험(UX)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우리 회사에서 조직화할 수 있을까요?”
“사람을 뽑아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데 경력 있고 알아서 하는 리더급 인재는 참 뽑기 힘들어요…….”
요즘 많은 기업들이 UX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눈앞에 닥친 문제이자, 필자가 자주 듣게 되는 질문들이다. 이에 본 컬럼에서는 회사에서 UX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한 내·외부 요건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저러한 질문들을 가진 기업들에게 아주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기업들이 UX 분야를 성공적으로 조직화하려면 ▲UX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갖춘 최고 의사결정권자 ▲통합적이고 창조적인 UX 담당 임원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UX 전문가 그룹 ▲기업 외부의 UX 전문가 그룹이라는 요소들을 갖춰야 한다.
■UX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갖춘 최고 의사결정권자
사용자를 위한 최고의 사용자 경험 제공을 기업 생존의 핵심 전략으로 여기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모든 사원의 UX 마인드를 중시하여 면접시 이를 항상 체크하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극진한 고객 대접을 사업 성공의 잣대로 삼는 버진 그룹의 리차드 브랜슨, 커피가 아닌 ‘제3의 공간(집, 직장외의 가장 즐겨 찾는 공간)’이란 경험을 프랜차이즈화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스타벅스란 커피 경험 디자인을 진두 지휘한 하워드 슐츠 모두 기업의 UX를 실질적으로 리딩하고 있는 의사결정권자들이다. 이렇게 최고의 사용자 경험 제공을 비즈니스의 우선 목표로 삼는 비전을 가진 경영자는 자연스럽게 UX 분야에 투자를 하고 조직화를 선도하게 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이런 통찰력과 비전을 갖춘 리더들을 꽤 발견할 수 있다.
비록, 기업의 창업자 혹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이렇게 사용자 경험에 대한 깊이 있는 혜안과 비전을 가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국내의 기업가들은 UX에 대한 본능적인 직관과 감을 갖추고 있다. 본인의 주변에서도 UX의 새로운 시도를 격려하고 판단에 힘을 실어 주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실무자들이 좋은 성과를 낸 경우를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UX를 깊이 이해하고 구체적인 조직화를 주도하진 못하더라도 의사결정시 제대로 된 UX의 결과물을 평가해 주는 리더십만으로도 UX 실무자는 숨쉴 틈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이 숨쉴 틈이라는 게 그리 넓지 않다는 것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의 리더가 확신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투자와 채용은 극히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UX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만 한다. UX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제품, 서비스의 주요 경험을 전략적으로 선택하여 개선 혹은 혁신의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 이베이(Ebay)에서 결제 프로세스 UX를 개선하여 매출 향상을 도모하고 UX의 가치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이에 관한 좋은 사례이다.
의사결정권자의 후원이 잘 이루어질 경우, 사내에서의 UX 프로세스화는 대개
▲UX 담당 임원에 의한 UX 홍보
▲UX 베스트 프랙티스 생성 및 전파
▲UX 인력 확충 및 프로세스화
▲성공 혹은 구조조정 순서를 따르게 되는데 각 단계마다 경영진과의 교감과 조율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통합적이고 창조적인 UX 담당 임원
사내에서의 효과적 UX 정착을 위해선 이사회에 참여할 뿐 만 아니라, 의사결정권한이 있는 UX 담당 임원이 있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UX 담당 임원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의 권한도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다.
UX 담당 임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UX 솔루션에 대한 내공과 관련 비즈니스의 성공요인을 간파하는 식견과 경험, UX를 새로 접하는 많은 사람들을 단기간에 설득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리딩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항상 성과가 입증되어야 투자가 되는 신규 분야의 특성상, 많은 양의 고민과 일의 부담을 짊어지고 새로운 우수 인력을 적절한 시기에 채용하여 키워내며 역할을 확대 재생산하여 프로세스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UX 리더는 갖춰야 할 조건은
▲창조적인 UX 산출물(베스트 프랙티스, 방법론, 가이드, 프로세스, 교육 프로그램 포함)을 끊임없이 낼 수 있는 능력과 열정
▲UX 이슈에 대한 통찰력과 순발력
▲UX 전문가들의 네트워킹 능력과 조직화, 프로세스화 능력
▲이해 관계자, 조직과의 UX이슈 조율능력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UX 담당 임원은 새로운 최고 의사결정권자, 관련 부서장, 신입사원을 만날 때마다 혹은 프로젝트, 기술과 기업 환경의 변화를 맞을 때마다 UX 분야에 관한 새로운 설득과 커뮤니케이션, 세팅 과정이 필요하며 장기적인 UX 로드맵과 발전전략의 틀 아래 늘 이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에게 여러 가지 당면한 과제가 있겠지만, 실무 프로젝트를 리딩할 수 있는 인력들을 기업에서 길러내는 건 꽤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UX 임원을 비롯한 소수의 UX 리더가 많은 프로젝트를 감수하며 UX 부서원들의 부족한 부분을 매워 주고 재교육을 담당하는 체제는 오래 가기 힘들다. 기업-교육계의 연계나 상호 교류와 산학 프로젝트를 통한 커리큘럼 개발, 인력 재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등 다각도의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은 우리 세대의 과제로 보여진다.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UX 전문가 그룹
UX 전문가들은 과연 누구인가?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UX의 틀과 그릇은 실무에 적용하기엔 아직 요리되지 않은 날것의 재료로 비유할 수 있겠다. UX를 잘하는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선 꾸준히 그 분야에 대한 적합한 방법론과 프로세스, 통찰력을 키우는 자기만의 노력이 필요하다. UX를 잘하는 사람은 종종 키워지기도 하지만 통찰력을 포함한 기초 자질과 부단한 자기개발(예를 들면 10년이상의 서비스 경험과 내공)을 통해 이루어진다.
국내에서 쓸만한 UX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는 업계 관계자의 푸념은 그 만큼 이와 같은 자기 수련과정을 지속하는 전문가 그룹의 부족을 말하고 있다. 물론 이런 사람을 키우는 기업이나 사회적 여건의 성숙(높은 컨설팅 비용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풍토)이 먼저가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푸념을 하기엔 답이 없지 않는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 몫일 것이다.
UX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이 몇 가지 있다.
▲과연 내가 비즈니스와 UX에 대한 감각과 판단력을 소유하고 있는가?
▲UX 이슈를 얘기할 때 개인의 경험의 틀과 주관에 치우치지 않고 늘 사용자의 시각에서 얘기하고 있는가?
▲끊임없이 자기 제품, 서비스에 적합한 UX 방법론과 지식을 만들어 낼 만큼의 자기 성찰과 연구를 지속하며 UX 커뮤니티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가?
▲어떤 조직과 프로젝트에서든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내공,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고 있는가?
간단히 얘기하면 서비스의 성공을 책임지는 리더십과 내공에 바탕을 둔 자신감이 필요하다 하겠다. 특히, 분업화가 되지 않은 기업들에서는 UX전문가 스스로가 성장하여 서비스의 리더, 책임자가 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UX 전문가는 비단 UX팀과 같은 전문 조직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론 부사장급, 이사급의 참모들, 기획팀장, 개발팀장들과 같은 부서장들, 기획/디자인/개발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시니어들에게도 UX 전문가적인 소양은 필수적이다. *여기서 ‘UX 전문가’가 용어의 뉘앙스로 인해 Specialist란 느낌을 주는데 위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T자형 인재를 지칭한다.
■기업 외부의 UX 전문가 그룹
마지막으로 기업 외부의 UX 대가, 컨설턴트, 서포터 집단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깊은 식견과 통찰력을 끊임없이 공급해주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 내고 전파해주는 외부 파트너들은 UX 업계의 성공에 든든한 버팀목들이다. 기업 외부에 존재하면서 UX 의사결정권자를 위한 자문 및 교육, 대사회적인 화두 제시와 관심 유도, 지속적인 전문가 양성 교육 등까지 제공하는 전문가 그룹은 인하우스 UX 조직 성공의 선결 조건이다.
우리에게도 오랜 기간 열심히 뛰는 UX 컨설팅 회사의 CEO들을 찾아볼 수 있다. 아직 많은 회사들이 성장 단계에 있지만 요즘 흔히 얘기하는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들은 UX 컨설팅회사와 장기 파트너십을 가져가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다. 좋은 외부 컨설팅을 받기 위한 팁을 한 가지 소개하자면 맘에 잘 맞는 회사와 프로젝트 관리자(PM)를 딱 붙잡아 파트너십을 맺고 때론 자기 비즈니스에 관한 교육도 시켜주면서 오랜 기간 같이 일해보라는 것이다. 이 방법도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입맛에 맞는 작업 성과를 꽤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 하겠다.
■마치며
아직 UX 분야는 발전이 더디며 (가끔은 후퇴) UX 조직에 대한 성찰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자가 평소 개개인의 능력이나 학습력은 뛰어나지만 이들을 감싸줄 토양과 우산이 빈약해서 전문가로 성장하지 못하는 인재들을 볼 때마다, 혹은 UX에 대한 관심은 있으나 투자가 적고 조직화에 대한 확신이 없는 기업들을 볼 때마다 이와 같은 UX 조직화에 관한 조언을 늘 해왔다. 이러한 담론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실천하는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UX로 시장을 선도하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가 우리 주변에 비로소 생겨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