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방황...
Feb 20, 2023
이렇게 휘둘리는 게 싫었다. 더 이상은 휘둘리고 싶지도 그리고 말려들고 싶지도 않았다. 나랑 다른 사람이라고 이제는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편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눈을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또다시 휘말리고 있다. 또다시 내 삶의 주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고 있다.
그는 늘 그랬다. 그는 내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늘 주장했지만 결국 모든 결정은 그가 했고 나는 마지막에는 그를 따라야만 했다.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이혼을 결심했을 때 그는 이미 벌써 몇 년 전 선임해 둔 변호사가 곁에 있었고 그 변호사에게 우리의 이혼에 대해서 상담을 차근차근 받고 준비를 한지도 꽤 지난 후였다 (물론 그 사실을 나는 몰랐지만). 그와 달리, 나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변호사는커녕 이혼을 할 자금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에서의 거북이가 나라고 생각했다. 느릿느릿 시작은 토끼보다 훨씬 느렸지만 그래도 결국 도착점에 먼저 도착하는 것은 나라고... 이혼이 무슨 경쟁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말이냐고? 그건 그렇다. 누가 누구를 이기려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 누가 봐도 우리의 경우에 나는 을이고 그는 갑이니까.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혼을 선포한 지 벌써 4개월이나 지났지만 우리 쪽은 아직도 그의 쪽에서 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그쪽에서는 그나마 붙어 있던 변호사마저도 해고해 버렸다. 대체 변호사를 바꾼 지 얼마나 되었다고... 판은 이미 그의 손안에 있다. 더 강한 변호사를 선임해서 더 세게 나가고 싶다는 그의 메시지. 이 모든 것을 계속 질질 끌고 가면 더욱 지저분해지고 서로 더 힘들어질 것은 당연한데 과연 그 자신은 상관이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포기하고 깃발을 들기를 바라는 것일까... 나는 벌써 이런 기싸움에 내가 또 말려들어가고 있고 그로 인해 힘이 빠져 방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화가 난다. 나라는 인간은 대체 언제쯤 온전히 내가 정하고 내가 이끌어가는 삶 속에서 살 수 있는 것일까...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 하는 걸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고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일도 있다. 이럴수록 내가 나 자신을 더 보듬어주고 '다 잘 될 거야.'라고 토닥여 줘야 한다는 것은 머릿속으로는 잘 알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지가 않는다. 언젠가는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도 끝이 나겠지.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오늘도 그렇게 조심히 나 자신을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