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조금은 밝아져도 되지 않을까...
Feb 10, 2023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켜 주다가 학교 앞에 있는 조그마한 꽃밭에 초록색 싹이 자라나고 있는 게 보였다. 한 한 뼘정도 자라 보였는데 '언제 이렇게 자랐지?' 하고 매일 걷던 길에 무심했던 나 자신에 다시 한번 놀란다. 늘 거기에 있으니까... 그냥 쓰윽 지나가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쉽게 관심 주지 않고 잘 보려 하지 않았다. 늘 항상 있어주고 늘 같은 곳에 머물러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는 완전히 잊어버린 것처럼... 봄이 오고 있다. 뉴욕의 날씨도 조금 (?)은 덜 변덕스러워진 것 같다. 그런데 이럴 때는 오히려 마음이 더 싱숭생숭하다. 나는 항상 뜨겁고 정열적인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아주 뜨거운 여름을 엄청 좋아하고 그래서 또 한편으로 추운 겨울은 엄청 싫어하고. 뉴욕의 날씨는 사실 나 같다. 여름은 엄청 뜨겁고 겨울은 또 한결같이 매우 춥다. 나같이 좋고 싫음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사람은 봄과 가을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의 필요함에 대해 꽤 무심한 편이다. 그래서 나는 봄과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물어본다. '봄 (가을) 이 왜 좋아요?' 돌아오는 대답은 제각각이지만 난 그들의 대답이 좋다. 그 들의 기다림을 즐길 줄 알고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그 마음이 예뻐 보여서...
첫 번째 법정 날짜가 3월 초에 잡혔다. 이혼을 결심하고 준비하면서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지만 그래도 거의 5개월 동안 나는 모든 것을 차단하고 살았던 것 같다. 기쁘던 슬프던 땅을 내리칠 만큼 억울하던 나의 감정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다. 술을 마셔도 대부분 혼자 마셨다. 괜찮다고 이 모든 것이...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이제는 법정날짜도 잡혔고 이혼도 진행되고 있는데 왜 우울하냐고? 그냥 이 모든 상황과 내가 거쳐과는 이 과정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이,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정도로 아프더라는 것을 그전엔 알지 못했다. 예전의 우리의 행복했던 사진들 속의 모습과 지금의 조그마한 흠집이라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서로를 주시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아주 많이 다르지만, 그리고 또 그 과정들에서 실망, 후회, 회의, 절망 이 모든 감정들을 새롭게 겪고 있지만 나는 정작 중요한 것을 또 까먹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주변을 전혀 보려고 하질 않았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내가 이렇게 아프고 힘들어도 봄은 기어코 다시 온다. 새싹은 자란다. 꽃은 필 거고 여름도 올 거다. 내가 보려고 하지 않고 들으려고 하지 않으려고 하면 그건 내 손해다.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오고 겨울은 온다. 이혼을 하는 이유가 다시 내가 살아가고 싶어서, 그리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이런 것들을 보지 못한다면,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할 수 없다면 이혼을 한 들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과에 상관없이 기다림도 맞을 준비가 필요하다.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꿈꾸는 미래를 생각하며 기다릴 수 있다면 기다림이 마냥 지치고 힘들지 많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