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첫 번째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by Jihyun

Mar 21, 2023


기분이 이상했다. 뭐라고 딱히 말할 수 없는 이 기분...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가정법원에 발을 들이던 순간... 이게 뭐지? 여기가 어디지? 난 지금 내 인생에 이 시점에서 맞는 곳에 와 있는 걸까?

보안 세큐리티를 지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드디어 오늘이 왔구나... 내가 정말 원했던 게 이게 맞는 걸까?! 2층에서 문이 열렸고 218이라는 방 번호를 찾았다. 한 바퀴를 돌다 보니 제자리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고 그곳이 바로 그 방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너무 긴장되고 손에 땀이 났다. 변호사랑 만날 시간이 아직도 15분 정도 남았기에 방 앞 벤치에 앉아있다가 긴장도 풀 겸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기로 했다. 무언가 리프레쉬할 것이 필요했다.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전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멀쩡하게 서서 내 변호사랑 둘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빌딩 안 기둥에 가려져 보였고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재빠르게 내 모습을 기둥 뒤에 숨겼다. 4시...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우린 서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제출할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모든 것의 첫 번째가 있듯 오늘이 우리에겐 그런 날이었다. 결혼 서류를 제출한 같은 곳에서의 이혼 재판이라니.. 이런 우연이 또 있을 수가 있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크리스마스 때 그에게 선물했던 양말과 셔츠, 그리고 그의 생일에 선물로 주었던 재킷과 신발을 신고 있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옛날 생각이 나서, 어쩌다 우리가 왜 이렇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의연한 태도로 자리에 앉아서 아무렇지 않은 듯 내가 할 일에 집중하고 임했다. 법원에 발을 들이고 나서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던 거 같다.


생각보다 미팅은 빨리 끝났다. 무차별하게 서로를 공격하는 숨 막히는 30분이라는 시간이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다시 복도에 서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것. 그리고, 네가 원하는 것은 절대 들어줄 수 없어.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결정 나지 않은 이 허탕한 시간들... 서로에게 더 상처만 주고 절대 끝이 나지 않을 이 순간들... 도대체 이 모든 일들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 걸까... 언젠가 이 모든 것들이 마취된 듯 덜 느껴질 날이 올 때를 기다리며 이렇게 우리의 첫 번째를 접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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