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도 큰 전쟁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 보자...

by Jihyun

Aug 05, 2023


한국과 일본에 다녀온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사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 지도 모를 만큼 너무 혼이 나가 있었다. 인생에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가기 전에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당하기만 했지만 뉴욕 집에 도착한 뒤에는 결코 잠자코 당할 수만은 없었다. 누구에게 당하냐고? 사실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집에 벌레 시추에이션이 생기기 시작했고, 여행을 가기 전부터 몸이 벌겋게 부어오르는 뭔가에 물린 자국과 이상한 낌새가 있어서 업체를 불러 의뢰를 했으나 그들은 아무것도 없다고 나를 안심시켰고, 나는 안심을 한 뒤 4주간의 여행을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집에 돌아오고 나서부터였다. 밤이 올 때마다 다시 또 그 전쟁을 치르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피부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집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셔서 다시 다른 업체를 불러서 의뢰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침대 매트리스에 벌레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너무 기가 막히기도 하고 내 직감이 맞았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순식간에 드는 순간이었다.


그 뒤로, 나는 비참하고 암담한 2주를 보냈던 거 같다. 여러 업체들과 상의를 해서 빨리 해결책을 마련했어야 했고, 제일 신뢰가 가는 업체를 찾자마자 바로 그 주말에 집 전체에 고열을 가해 빈대를 퇴치하는 치료를 부탁했고 그 사이에는 집에 있는 모든 가구들과 물건들을 다 포장이사해서 밖에서 가스를 쏘아 빈대를 퇴치하는 이중 치료를 부탁했다. 어마어마하다면 기가 막히게 어마어마한 일이었고 해결책이 있는 일이라 생각하면 또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 이주 동안 나는 매일매일 이삿짐을 쌌고 집에서 잠을 자면서 아이가 계속 벌레에 물리는 것을 도저히 볼 수 없었기에 아이가 나에게 올 때만큼은 근처에 싼 모텔에서 지내기로 했다. 모텔에서 자면서도 빈대에 노이로제가 걸린 나는 새벽에도 수십 번 깨서 내 몸과 아이 몸을 번갈아 가며 관찰하느라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혼자서 있는 날은 너무도 우울했기에 밥을 먹고 싶지도 아무하고도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누구의 탓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이주 후 모든 빈대퇴치 과정이 끝나고 이삿짐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많은 박스들을 하루 만에 모두 다 열고 정리하기는 불가능했으나, 다시 집에 내 물건들이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심되었다. 집을 대충 치우고 근처에 조그마한 가게에서 파는 세상 불편한 에어 매트리스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뒤, 다음날 아침, 나는 깨달았다. 벌레에 물리지 않고 잘 수 있는 그 하룻밤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잠이 사람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나는 그동안 내 인생을 너무나도 작은 일에 화를 내고 감정 소모를 하고 남 탓을 하며 불만투성이로 살아온 것은 아닐까. 이렇게 남들과 같이 보통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너무 모르고 살 지는 않았을까. 내 인생에서 획을 그을만한 이 빈대퇴치라는 과정을 통해 나는 배우고 다시 한번 성장해 간다. 또한, 이 과정으로 인해 집에 있던 빈대들 뿐만 아니라 내 삶의 빈대 같은 모든 것들 또한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다시 한번 퇴치해 버리고 나도 새롭게 태어나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내 삶의 새로운 쳅터... 그 쳅터를 열어보고 다시 매일매일에 감사하며 힘을 내서 또 앞으로 나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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