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Aug 19, 2023
월요일 하루 종일 나의 진을 빼놓았던 힘든 이혼조정 스케줄을 끝내고 또 다른 낙관에 부딪혔다. 헤어짐. 이번 주 수요일에 딸을 아빠네 집에 보내야 했다. 나와 3주라는 시간을 한국과 일본에서 보냈기에 이번에는 딸이 아빠와의 2주간의 시간을 보내러 가야 했다 (미국은 여름방학이 3개월로 길기 때문에 양육을 부모가 반반씩 한다면 여름방학에 같이 보내는 시간도 반으로 나누어야 한다). 2주간의 헤어짐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솟구쳤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아빠와 여행을 가본 적도 없고, 엄마와 1주는커녕 2주 동안 떨어져 본 적도 없는지라 딸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고, 그리고 솔직히 나에게 전부인 딸아이 없이 내가 2주 동안 잘 버틸 수 있는지 나 자신이 걱정되기도 했다. 이번엔 절대 나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일은 시작도 하지 않으리라... 마음속으로 결심하고 또 결심했다.
딸을 아빠네 집에 보내기 위해 마지막으로 딸이 좋아하는 맛있는 한식을 차렸다. 저녁을 준비하는 내내 딸이 "엄마, 오늘은 나 하루종일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 2주 동안 못 먹을 테니 엄마 음식이 너무 그리울 것 같아."라고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택시를 타고 미드타운에 있는 아빠네 집으로 내려가는 동안 내내 내 어깨에 기대어 울먹울먹 하고 있는 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딸의 고사리 같은 두 손을 안심시키며 꼭 쥐어 준다. 딸과의 마음 아픈 포옹을 여러 번 반복하고 나서 그것을 마땅치 않게 지켜보던 전 남편에게 딸의 약이랑 이것저것을 어디에 챙겼다고 몇 번을 말해주고는 눈물을 감추며 돌아서려 했으나 실패... 그리고, 또 실패... 인사를 한 뒤 전 남편에게 간 딸이 다시 내 품으로 뛰어 들어오는 것을 차마 내칠 수가 없었다. 공감능력 제로인 전 남편은 이것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냐고 짜증 내며 닦달을 해댔고, 끝내는 엉엉 울고 있는 아이를 진정시키고 나는 뒤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뒤 돌아보지 않으리라.. 계속 앞으로 걸어야 한다'. 눈물범벅이 된 아이의 얼굴과 축 처진 어깨를 뒤로 하고 돌아서려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엄마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의 아픔과 슬픔 보다도 내 아이의 아픔과 슬픔이 몇 백배, 몇 천배로 가슴을 후벼 파고 들어와서는 그 마음에는 피멍이 든다. 내가 괜히 섣불리 이혼을 결정해서 엄마가 가장 필요한 9살짜리의 아이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엄마를 2주 동안이나 보지 못한다는 힘든 상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전부 내 탓만 같았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내내 미친 여자처럼 길에서 엉엉 울며 손으로 눈물, 콧물을 훔치며 하염없이 걷는다.
하지만, 다시 냉정해진다. 걷는 내내 다시 한번 내 결정이 맞았다는 생각을 하고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 내가 아직도 전 남편과 같이 살았더라면 아이에게 우리의 싸우는 안 좋은 모습만 보여줬을 것이고 결국에는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내가 한 결정이 절대적으로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나가자. 나랑 내 딸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이제부터는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내내 이렇게 다짐을 하며 마음을 다 잡았지만 집에 오자마자 한없이 또 밀려드는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딸아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흠뻑 비계를 적시고 이렇게 또 하룻밤을 지새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