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떻게 시작을 했더라...?!
Aug 25, 2023
여름방학이 징글맞게 길다. 아이가 아빠에게 다시 2주 동안 가고 나는 또 혼자 남았다. 왠지 모를 이 우울함과 적적함이 나를 다시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번 빈대 사건으로 인해 나는 매일매일을 건강하게 하루하루 숨을 쉬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며 인생을 새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도 곧 급히 찾아온 우울함과 공허함에 확 뒤덮여 버리기 시작했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다시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사실, 이번 벌레 퇴치 작업을 통해 알게 된 분이 있다. 마음도 얼굴처럼 착하고 (?) 순둥순둥한 이미지에 따뜻한 그런 분이신데 작업 내내 나에게 정말 잘해 주셨다. 작업하는 내내 걱정과 불안으로 꽉 찼던 나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시며 반복되는 질문에도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움을 주신 분이었다. 따뜻했다. 이렇게 내 마음을 잘 헤아려 주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 주었던 사람이 그동안 내겐... 없었다. 그렇다. 이혼이 시작되고 나서 나는 늘 혼자였고 슬프던 화가 나던 내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내가 늘 컨트롤해 왔어야만 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그것이 늘 나에게는 물음표였다. 작업이 완료된 후에도 그는 우리 집에 와서 벌레 방지를 위한 팁을 알려주고 갔고 그때부터인가 우리는 서로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며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서로를 알게 되는 과정에서, 그 또한 아픈 이혼의 상처를 경험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분명 오래전의 일이지만, 겉으로 그토록 강해 보이던 그의 모습과는 달리, 그의 아픈 상처의 흔적이 힐끔힐끔 내 보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의 한쪽이 시리고 아파오는 느낌이 들었다.
한 요새 며칠 동안 그에게서 연락이 없길래 '이렇게 끊기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곧 그가 코로나에 걸려 병원에 며칠 동안 입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에게서 다시 문자가 오기 시작했고 우리는 이제 거의 매일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매일 전화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작은 이야기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게 그 소위 말하는 썸 (?)을 타는 거 같기는 한데 아닌 거 같기도 하고 '혹시 나를 아직도 손님으로서 잘 대해주는 건데 내가 괜히 오버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혼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중 관계는 조금씩 진전되고 있었고, 늘 갈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만나러 가고 싶다는 그의 말에 비해 (그의 바쁜 스케줄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좀처럼 만날 수 없었고 나는 매일매일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반복되는 그의 말과 끊임없는 변명에 들뜨고 실망하고 흔들리는 내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불 같은 성격의 나는 결국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었고 그의 대답은 그건 아니지만, 복잡한 관계는 싫다는 것. 더 혼동스러웠다. '그럼 대체 이 썸은 뭐지?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이 감정은 나 혼자만의 느낌인 건가?'
계속되는 생각과 혼동스러운 감정에 나는 나를 몰아치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 건가? 그가 좋은 걸까? 그런데 이런 감정이 어떻게 시작하는 거더라?' 하고 혼자 머릿속에서 혼자 물음표를 마구 그리고 있었다.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그런 연애감정은 절대 상상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해 본 연애는 그러니까... 전 남편. 내가 20대였을 때였다. 20대 때 나의 연애는 어땠더라... 기억을 더듬어 본다. 화끈하고 남자다운 상남자 스타일을 선호했던, 그리고 그 대부분이 나에게는 좋지 (?) 못했던 남자들로 끝이 났던... 그러한 남자에게 주로 끌리는 게 나의 문제였던지라 나는 늘 안정적이지 못한 연애를 하며 내 마음속의 의심의 벽을 높게 쌓아 왔던 것 같다. 그런 분들에게 엄청 많이 대였기 (?) 때문에 누구를 알아가는 초기 단계에서 이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누구보다 강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나에게는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러다가 그에게서 하루 연락이 오질 않았는데 그다음 날 아침에 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문자가 왔다. "안녕? 좋은 아침!" 성격이 급한 나는 참다못해 '우리 서로한테 관심 없으면 그냥 시간 낭비하지 말죠.'라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는 대답했다. '우리는 저번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고 서로를 더 알게 된 것 같아서 나는 좋았다.'라고 하면서 자신은 복잡한 관계는 정말 싫다는 것. '그냥 좋은 시간을 보내서 좋았다니... 쿨 하다. 그럼 이건 썸이 아닌 건가? 내가 너무 연애 감각에 무뎌진 건가? 아님 내가 지금 연애에 너무 초짜같이 구는 건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스토리가 뭐가 됐든 간에 (그게 어장관리이든 아니면 진짜 바쁜 것이 이유가 됐던 혹은 그냥 이 관계를 진정 친구처럼 유지하고 싶은 거든) 나는 더 이상 내가 누구 때문에 흔들리는 게 싫고 바보가 되고 싶지 않다. 이혼을 하고 이제 겨우 내 인생의 주도권을 잡아 살아가고 싶은데 누구 때문에 또 흔들리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다. '이 관계를 과연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내가 원하는 게 대체 무엇일까?' 묻고 또 나 자신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