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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Jan 18. 2024

우리 집이 조금은 편해진 걸까?

겁 많은 유기견 임시보호 일기 5: 무디의 1주 차 생활



  무디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무디가 싫어할만한 행동은 최대한 하지 않았다. 무디가 집을 편안하게 느끼고, 사람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무디가 가끔 먼저 다가와 냄새를 맡으면 가만히 앉아 냄새를 맡게 해 주었다. 처음에는 사람 눈만 마주치면 무서워서 도망갔기에 눈도 마주치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무디가 먼저 나와 집을 돌아다니는 시간은 하루에 한 번, 아주 귀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디에게 다가가면 무디는 이미 더 이상 뒤로 갈 곳 없는 서랍장 안에서조차 뒷걸음질 비슷하게 쳤다. 그래서 항상 무디는 턱살이 접혀 몇 겹의 턱을 가진 강아지가 되곤 했다. 그래서 굳이 가깝게 다가가거나 만지려고 하지도 않았다. 정면으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가가는 것도 강아지들에게 불편할 수 있어, 간식을 놔줄 때도 옆으로 돌아가고 등을 돌리고 조심스레 놔주고 자리를 피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무디는 한 번씩 스스로 바깥으로 나와 돌아다니며 집안 곳곳 냄새를 맡았다. 무디가 오후에 나와 배변을 하고 돌아다니는데, 냉장고 문이 쾅하고 닫혔다. 무디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서랍장 밑으로 뛰어 들어가 한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빵조각으로 길을 놓은 것처럼 거실에 사료를 뿌려놓으니 냄새를 맡았는지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돌아다니며 사료를 먹더니, 이번에는 화장실 앞에 놓인 발매트에 쉬를 했다. 배변 실수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고, 그저 바깥으로 나와 배변을 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했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다가 거실 바닥에 앉아 몸을 긁기 시작했다. 기뻤다! ‘거실에 나와 앉기까지 하다니?’하고 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바닥이 미끄러웠는지 옆으로 밀려 공기청정기에 무디 몸이 닿았는데, 무디는 화들짝 놀라 ‘이게 뭐야?!’하는 표정으로 공기청정기를 잠시 쳐다보더니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무디는 3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나왔다. 노즈워크를 만들어주니 무디는 거실에 나와 노즈워크를 물고 방에 들어가 한참을 가지고 놀았다. 놀더니 무디는 처음으로 배를 보이며 누워 잤다. 집에 온 지 4일 차가 됐을 때였다.  

  그리고 사람 주변에 계속해서 사료를 뿌려두니 점점 더 사람 가까이에 오기 시작했다. 사람 가까이와도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걸까? 아니면 무디에게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걸까? 이유는 중요하지 않고, 무디와 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진다는 것만 중요했다. 

  첫 주에는 반복학습을 했다. 간식을 사람 주변에 뿌리고 스스로 가까이 오면 손에 간식을 올려 주었다. 무디에게는 삼 세 번 법칙이라는 게 있다. 고민을 두 번 하고 세 번째에 간식을 먹는다. 사람 손에 간식을 올려두면, 첫 번째는 와서 냄새 맡고 돌아가고, 두 번째도 고민을 하다가 돌아간다. 그리고 세 번째가 되어서야 간식을 재빠르게 물고 자리로 간다. 한 번 성공하기 시작하자 사람 손에 있는 것도 잘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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