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행형 Jan 18. 2024

다른 개 소개해주기

유기견 입양 일기 3

유기견 입양 일기


  무디는 사람을 낯설어하지만 확실히 개와 소통하는 법은 잘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사실은 무디가 집에 온 지 두 달쯤 되었을 때, 산책을 해보고 알았다. 산책은 집 앞 놀이터였고, 걱정 했던 것 보다 산책을 잘 해서 두 번째는 공원으로 가 산책을 했다.

  공원에서 사람을 마주치면 무디는 얼음이 되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고, 사람이 지나가면 그제야 다시 발걸음을 시작했다. 그런데 개가 지나가자 먼저 다가가 냄새를 맡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른 개가 무디에게 다가오는 것도 거리낌 없어 했다. 무디가 개한테는 이렇게 적극적이라니! 신기하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무디는 사람은 무서워 하지만 견성(犬性)은 아주 좋은 강아지였다.


  처음에는 추측이었다. 무디가 뜬장에서 다른 개들과 함께 구조됐고, 보호소에 있었을 때도 개들과 잘 지냈다고 했기에, 사람 보다 개를 편해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무디가 하루 종일 켄넬에서만 지낸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집에 강아지 한 마리를 초대했다. 무디의 세상은 켄넬이 전부였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리기 전에 조금씩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단, 무디가 많이 무서워하거나 싫다는 표현을 하면 바로 그만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처음 만난 강아지는 탱이라는 이름의 무디와 나이가 비슷한 암컷 말티즈이다. 탱이는 무디가 보내는 신호를 잘 알아차리는 예의 바른 강아지였다. 둘은 멀찍이 서서 서로를 쳐다보고만 있었고, 탱이도 무작정 무디에게 돌진하거나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무디는 켄넬 안에 머물러 있었고 친구를 만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탱이도 무디를 떠나 사람들 곁에 있었다. 그러다가 무디가 먼저 켄넬 밖으로 나와 조금씩 탱이의 냄새를 맡았고, 탱이도 조금 가까이 다가가 냄새를 맡았다. 무디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있어 긴장도가 높아진 것인지 탱이와 인사 이상은 하지 않았고, 그러다 무디는 이내 잠이 들었다.       


  무디가 두 번째로 만난 개의 이름은 카푸이다. 의도적으로 소개해 주려고 한 것은 아니나, 연말에 지인 모임이 생기며 무디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카푸의 집으로 동행했다. 카푸는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의 수컷 개였는데, 보호자가 운영하는 반려견 동반 카페에 매일 함께 출근해 카페 손님이나 다른 개를 봐도 크게 흥분하지 않는,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무관심해 보이는 개였다. 그래서 오히려 무디에게 소개시켜 주기에 적합한 개였다.

  카푸는 역시나 무디 보다 무디의 짐 가방에 관심을 보였고, 무디의 공 장난감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참을 가지고 놀았다. 그러다 모두가 잠든 새벽, 무디는 새벽 5시쯤 일어나 아침 9시까지 4시간 가량 집안 곳곳 냄새를 맡고 돌아다녔다. 게다가 카푸의 사료와 물을 아주 잘 먹었으며, 카푸가 깨자 카푸를 쫓아다니며 카푸의 냄새를 맡았다. 카푸는 무디가 다가와 냄새를 맡아도 여전히 무디 보다는 장난감에 관심이 더 쏠려있었는데, 그 덕분에 무디는 편하게 카푸의 냄새를 맡은 듯 했다.       


  무디는 공원에서 다른 개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기도 했는데, 무디도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자식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