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을 살려고 부단히 애쓰는 이유
1) 살면서 '시간 관리'와 '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경험이 쌓이며 짐작하는 것은, 일의 순서를 정하는 기준이 단순히 중요도만은 아닐 것 같다는 점이다. 오히려 투두리스트에서 밀려났던 일들이 그 시기에 완료되지 않아 다행이었던 적도 있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이어리 끝자락에 남겨두고 몇 달, 몇 년을 미루기만 했는데도 말이다. 사실상 우리네 인생은 운명과 타이밍의 영향권 아래 있나 보다.
2) 작년 8월, 승진과 함께 찾아온 책임감은 부담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줬다.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가득 찼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과 에너지의 한계를 넘나들며 모든 일을 해내려 애썼지만, 쏟아지는 급한 일들과 변화에 대한 저항도 마주했다. 섣부른 좌절감에 시달리면서도, 이 시행착오가 팀원을 이해하고 니즈를 파악하는 소중한 기회였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내공이 쌓이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3)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내가 준비해 둔 체계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던 사람들도 함께 배우고 공부하고 싶다며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 솔직히 진심을 다해 열심히 하던 내 모습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데이터에 대한 욕심도 그랬지만, 주니어 직급도 능동적으로 일하도록 돕는 의도가 있었어서 더욱 뜻깊었다. 단순히 8시간을 흘러가듯 보내는 것과 목표를 직접 관리하며 일하는 것의 차이를 일찍 깨달았기에…
4) 개인적인 콘텐츠 제작도 마찬가지였다. 주로 '조준 후 발사'하는 성향이라, 한 번 정한 주제나 형식을 바꾸는 데 큰 고뇌가 따르는 편이다. 캡션을 쓸 때 사진 속 장소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주겠다는 다짐으로 하루 종일 논문까지 찾아본 적도 있었다. AI가 일상화되기 전이라 한글과 영어 모두 직접 작성하기도... 하지만 퇴근 후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와중에, 우선순위도 최하위가 되며 300개 넘는 게시물만 가진 채로 2년간 유령 계정이 되고 말았다.
5) 당시엔 꾸준히 업로드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컸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잠시 멈추고 사색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로그 계정으로 변경하고 내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공유할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 감사하다. 지인의 회고에서 특히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 "실천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이 운과 상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갖추어지면 시작하겠다는 변명이 아니라, 언제라도 시작할 땔감을 계속해서 모으는 중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6) 위 경험들을 통해 내린 결론은, 모든 일에는 때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해서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결국 그 '밀림'이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환점이자 준비 기간이 되기도 하고, 더 나은 모습을 위한 숙성의 시간이 되기도 할 테니 말이다. 내 게으름을 합리화하려는 건 아니지만, 현실과 이상의 줄다리기 속에서 때로는 조급함과 두려움을 덜고 일부는 뒤로 미뤄두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다.
7) 이제는 계획을 세울 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명명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해야 할 것'과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꼭 해야 할 것'으로 여기려 한다. 또한 '해야 할 것의 반대는 하고 싶은 것'이라는 철저하게 의도된 이분법적 사고를 피하기 위해, 조금의 여유를 더하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들에서 오히려 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작은 씨앗도 소중히 여기며 차곡차곡 노력하고 있어야지.
이 글을 쓴 지도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예전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이런 깊은 생각을 많이 했구나 싶어서 놀라기도 뿌듯하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 하는 고민들도 다 처음이 아닐 거다. 복잡한 머릿속 우선순위에 대한 걱정을 조금은 내려놓고, 당장 주어진 기회들을 열심히 해내야겠다. 다 타이밍의 뜻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