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토론토 여행자의 불안한 청춘들을 위한 조언
1) 캐나다를 여행하며 가장 좋았던 것은 자유로운 의사소통에서 오는 해방감이었다. 유럽에 있을 때는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 모두 기초 수준에 불과해, 주로 영어를 할 줄 아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렸다. 로컬에 대한 갈망은 친구들 집에서 가족들을 만나며 겨우 채우곤 했다.
2) 토론토에 갔을 때, 친구들이 모두 바빠서 퇴근 후나 주말에 만났다. 낮에는 심심하지 않을까 했던 찰나에, 호스텔에서 13년째 여행을 하고 계신 65세 캐나다 여사님과 친구가 됐다. 우리는 방에서 무려 5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블루스, 재즈, 락에 대해 신나게 말하며, 타임머신을 타고 1900년대로 음악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지금의 나보다 나으신 여사님의 뉴 썸남 썰까지…)
사형선고 같았던 몇십 년 동안의 결혼 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이혼 후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고, 등산과 자전거를 즐기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The Great Divide Trail Canada를 만드실 정도로 자연을 사랑하는 분이시기도 했다. 토론토 시의회가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했을 때도 타운홀에서 눈물을 훔치셨다고 한다.
3) 그때 모험을 떠나 행복하면서도, 고작 한국 나이 24살이었던 휴학생은 ‘늦은 나이’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주변 친구들이 인턴을 하고 빠르면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걸 보며, 내 선택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휘청거렸다. 여사님께서는 절대 뒤처진 게 아니라며,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만난 롤모델인 81세 여행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4) 친구들에게도 삶에 대한 멋진 가치관과 영감을 전하고 싶어 촬영 허락을 구했다. 여사님은 주섬주섬 모자와 스카프를 꺼내 단장을 하셨다. 인터뷰식으로 영상을 찍은 것은 처음이라, 서로 너무 어색해한 게 느껴져서 지금 들으면 재밌다. (계속 웃기만 하는 나ㅋㅋ)
5) 요즘 나는 과거를 잊고, 또다시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사회가 정해준 시계에 맞게 살고 있는지 자기검열한다. 세상에 늦은 건 없어! 설령 늦었더라도 결국 지금이 다시 시작하기 가장 빠른 시간이라고 세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