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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카사블랑카 여행

다들 현재를 열심히 살아갈 뿐이지, 추억을 전부 까먹은 건 아니었구나

by Jiiin 진

1) 정말 운이 좋고 감사하게도, 여행할 때마다 친구들 집에 묵으며 로컬의 삶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여행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모두들 우리 집이 너의 집이라며 먼저 손을 뻗어주는 게 너무 감동이었다. 모로코 여행도 대표적인 도시나 사막 투어 대신, 친구의 본가인 카사블랑카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기로 했다. 기숙사에서 함께 장난치며 지내던 친구들이 각자의 집에서는 달라 보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2) 쨍한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테라스와 테이블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들, 아침으로 먹던 므슴믄과 모로칸 민트 티, 바로 갈아먹는 신선한 과일 주스, 모스크 옆에서 보았던 대서양의 일몰, 대추야자와 살구가 들어간 홈메이드 타진, 에너지 넘치는 아기 고양이 루나와 보낸 시간들, 그리고 친구 집 셰프님이 만들어주신 잊을 수 없는 채소와 닭요리들.


3) 조금 다른 발음의 불어가 들리던 택시, 유럽과는 다른 낯선 구시가지의 풍경과 사람들, 아는 빵이 하나도 없던 유명 베이커리, 금요일마다 먹는 전통을 보여주고 싶다고 몇 시간 동안 요리해주신 인생 최고의 쿠스쿠스, 친구가 데려간 근사한 카페에서 웃다가 울며 나눈 수다, 더위를 피해 찾은 시원한 스타벅스, 새벽까지 잠옷입은 채로 국자를 들고 노래하고 춤추며 보드게임을 하던 추억.


4) 짜고 강한 파도의 대서양 바다 수영, 낙타가 보이는 선베드에서의 휴식, 야자수가 보이는 공원 벤치에서의 낮잠, 미리 가져간 오뚜기 블럭국 육수와 마트에서 장 본 재료로 만든 닭칼국수, 친구 어머니 선반에 잔뜩 꽂혀있던 재즈 명반들, 마지막 밤에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친구와 친구 어머니가 프랑스어로 낭송해주신 시, 사막에서 가져오셨다며 선물해주신 컵, 공항에서 배고플까봐 챙겨주신 직접 만든 샌드위치와 사과까지.


- 특히, 밤마다 자주 갔던 'Happy Rolls' 철판 아이스크림 가게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집 바로 앞에 있었는데, 언제 가도 항상 행복한 표정으로 철판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셨다. 각자 다른 종교를 가진 4명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모습도 신기했다. 맛도 맛이지만, 내게는 행복을 팔던 가게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 이 모든 경험은 그때 세세하게 기록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까맣게 잊었을 지도 모른다. 며칠 전 친구가 갑자기 파리의 일식당 사진을 보내왔다. 무려 6년이나 지났는데도, 나도 그곳에서 함께 먹었던 가츠동을 검색없이 바로 알아챘다. 다들 현재를 열심히 살아갈 뿐이지, 추억을 전부 까먹은 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나의 여정을 함께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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