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푼 꿈을 안고 잠에 드는 거, 그것보다 좋은 것도 없는걸
1) 요즘 내 날것의 생각들을 정리하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어렵다. 이미 쓴 기록들을 정리하며 글감을 찾는 건 곧잘 쉽게 해왔는데 말이다. 파편화된 생각과 감정들을 붙여서 나만의 이야기로 만드는 건 하나의 거대한 작업인 것 같다. 나는 이 공간에서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뭐, 삼십몇 개 중 당연히 거짓말이나 빈말로 적은 건 단 한 줄도 없지만, 문득 글을 쓰는 목적이 흐려질 때가 종종 있다.
2) 일부러 자주 들어가진 않는데, 며칠 전 우연히 친구의 스토리에서 과거 회사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진 걸 봤다. 나도 승진하지 않고 퇴사하거나 이직했으면, 같이 고생했던 아름다운 기억에 시간이 멈췄을까?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진 않았지만, 그 이후에 모든 게 달라졌으니까… 처음 겪어보는 자리에 많이 외롭고 힘들었다고 떠들고 다녔어도 어차피 변하는 건 없었을 거다. 사회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3) 다 멈춰버리고 싶을 때마다 찾은 돌파구 중 하나는 원온원이었다. 소위 ‘윗분’들과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길고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온 분들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그냥 사람 간의 진지한 대화가 그리웠다. 두 눈을 반짝이며 경청하고 진심 어린 말들을 전하다 보니, 점점 일에서 삶으로 주제가 넓어졌다. 모두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는 오랜만에 해본다며, 나라는 사람에 관심이 가서 신기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4) 일하는 모습의 나를 누군가 계속 기다려준다는 건,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고마운 일인 것 같다. 솔직히 예전에는 우선순위 없이 이것저것 만들고 바꿔보려고 노력하다가 여기저기 치이고 끌려다니며 일에 지는 날들도 잦았다. 이제는 조금 심심하더라도, 똑똑하게 일하며 매일 느낄 수 있는 만족이 필요한 것 같다. 열정에 전략을 더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항상 겸손하고 건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내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5) 아무튼 최근에 여유를 가지고 내 경험들을 살펴보고, 의미 있는 인사이트들을 정리하며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고 있다. 대신 잠깐의 감정과 충동에 휩싸여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되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라는 말이 있지 않나. 레슨런 없는 고통은 없으니까. 폐인이 되어 고생했던 2월에도 일기장에 미련하게 “이 정도 힘듦은 이겨낼 수 있지!”라고 적고 있지 않나! 외쳐, 나는 될 놈이다(?)
6)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꿈들이 몇 가지 있다. 누구는 막연한 환상이라 할 수도 있지만, 허황되고 터무니없어도 나를 설레게 하면 된 거 아닐까?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어릴 때부터 뭔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잠재의식과 함께 살아왔다. 침대에서 노션을 열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살랑 바람을 느끼는 나만의 아침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좋다. 오늘도 무탈한 일상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