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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우리가 사진 기록을 남기는 이유에 대하여

by Jiiin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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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사진 기록을 남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엄한미는 이번 개관전이 한국 사진사 정립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책임감으로 여러 부족함을 메꾸려 노력했다. - 전시 소개문 발췌

이보다 더욱 놀랍고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 사진집 <삶>의 글 ‘회복기의 사람들’ 중에서


1) 직장을 다니던 시절, 부지런히 혼자 사진을 찍거나 전시회를 자주 보러 다녔던 것 같다. 일상에서 일을 빼니 남는 게 딱히 없었고, 불규칙한 일정에 사람들을 만날 경로를 찾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진과 예술 모두 어쩌면 영원할 수도 있고, 내게 상처 줄 일이 없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하기도 했다. 파리 그지(?) 시절부터 기록하는 게 이미 습관이 되어서, 별생각 없이 편집한 스토리가 남아있기에 글을 쓸 수 있었다.


2) 국내에서 본 사진전 중 기억에 남는 건 <한국 사진사 인사이드 아웃>과 <한영수 사진작가 개인전>이다. 전자는 뮤지엄한미의 20주년 기념 개관전으로, 입안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무려 2년의 준비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후자는 1950~60년대 명동과 종로 일대의 여성들의 생생한 일상을 담은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사진집의 대표작을 다뤘다. 전쟁 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당당하고 주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 두 전시에서 다뤄진 사진들은 성격이나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조금 달랐다. 전자는 1929년부터 1982년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들을 기록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후자는 1956년부터 1963년 사이의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普通)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당시의 정서와 분위기를 전달한다. 공통적으로, 어떠한 목적이든 사진 기록은 시공간을 초월한 영속성을 띠고 있다는 번뜩임이 있었다.


4) 기록이 쌓이면 역사가 된다고 믿고 싶다. 대학생 때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솔직하게 남겨둔 고민의 흔적들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자산인 것 같다. 친구들과 빈손으로도 행복하다고 깔깔대고 파리의 밤거리를 휩쓸며 나눈 인생의 대화와 풍경, 혼자 방에서 막힘없이 적어 내려간 첫 사회생활의 쓴맛까지. 힘들 때 세상을 원망하기만 했었는데, 과거의 성찰들을 통해 진정한 나를 마주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5) 물론 기록이라는 행위 자체에 너무 매몰되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필요성을 인식한다고 해서 그것이 불변의 진리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해외살이 시절을 떠올려보면, 사진과 영상을 굉장히 빠르게 찍고 바로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항상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었다. 그날의 공기, 그때의 감정, 현재 떠오르는 생각... 집에 돌아와서야 기록들을 찬찬히 다시 보며 오래 간직할 추억으로 재구성했다.


6) 우리는 왜 사진을 찍을까? 무엇을 찍어야 할까? 내게 기록은 현재를 충실하게 살게 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와 대화하는 방식인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데이터의 축적을 넘어서 나만의 깊이 있는 서사와 감정을 가지게 될까? 이 답을 찾아내기 위해서 앞으로도 꾸준히 발자취를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록이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삶의 일부분으로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길 바라며, 진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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