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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그림자

콜롬비아 카르타헤나를 여행하면서 남긴 생각

by Jiiin 진

아점을 어마무시하게 챙겨 먹고 거실과 부엌의 짧은 거리를 반복해서 아장 걷기를 했다. 가끔 동선을 다채롭게 바꾸고 싶으면 안방도 추가하는데, 문득 행거에 아직도 예전에 산 Sombrero vueltiao(콜롬비아식 모자)가 걸려있는 걸 발견하고 사진과 기록들을 다시 보며 추억 여행을 했다.


1) 파리에 있을 때, 기숙사 단체 무리 중 콜롬비아 친구랑 엄청 친했다.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던 “I'll definitely visit you in South America someday!”라는 말에 항상 “You can stay at my place as long as you want. My home is your home.”이라고 답해주던 게 계기가 되어 진짜 떠났다.


2) 아빠가 여행에는 항상 공백을 두라고 했었는데… 약 2주 동안의 콜롬비아 탐험은 여백 없이 반갑고 새롭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의 동네 절친들과 동기들, 졸업식과 가족 외식에 자연스럽게 끼기, 수도에 하나뿐인 한인 마트에서 재료 사다가 혼자 5인분 떡만둣국과 잡채 요리도 해 보고...


3) 해발 고도가 높아 춥고 높은 건물들로 빽빽했던 수도와 달리, 카르타헤나는 목욕탕에 있는 것 같은 습도와 알록달록한 구시가지가 잘 어울리는 휴양지였다. 돌길에 흔들리는 Chiva Bus 안에서도 밤새 파티를 하는 나라답게 굉장한 에너지를 받기도... 친구가 애널리스트 직무로 합격했다는 전화도 받아서 같이 뛰며 축하했던 일화까지!


4) 다만 이미 보고타에 있을 때부터 Simón Bolívar 등 스페인 식민 지배로부터 독립을 이끈 영웅적 인물들의 스토리와 그란 콜롬비아(콜롬비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의 역사를 친구들의 족집게 과외로 배워왔으나, 카르타헤나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 전체가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는 과거가 너무 충격적이고 슬펐다.


5)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며 외관이 철창처럼 되어 있어 놀랐는데, 친구가 아프리카에서 배로 실려 온 수많은 노예들이 이 감옥에 갇혀 빛 차이로 인해 시력을 잃고 일만 했고, 심지어 말 대신에 스페인 사람들의 마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알려줬다. 남미의 역사를 들을 때면 우리 역사도 떠올라 항상 여러 생각이 들었다.


6) 교환학생, 피곤함을 모르던 시절... 20대 초중반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모여 강력한 연대로 살았기에, 서로의 역사 이야기까지 거리낌 없이 했었던 것 같다. 결국 문화라는 건 독립적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여행을 오면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알려줬는데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하고...


더 많이 기억하고, 공부하고, 나누고, 듣는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절대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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