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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 잃어버린 공중도시

그 누구도 존재를 몰랐던 고대 잉카제국의 비밀

by Jiiin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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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현대 문명이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잉카인들의 지혜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1) 정확히 5년 전의 11월 말, 고산병 약을 챙겨주신 친구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늦잠을 자도 아침은 꼭 챙기는 습관 덕에, 어둑한 새벽 친구가 필요할 거라며 줬던 치즈 컵라면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포크도 젓가락도 없어 아이스크림 막대로 먹는 라면의 맛이 나름 특별했다.


2) Poroy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난로 옆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친구 가족이 여러 번 이용했던 현지 투어사라고 해서 믿고 신청했었는데, 네이버에 나온 곳들보다 비쌌지만 꽤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았다. Ollantaytambo로 향하는 길에 본 그림 같은 산봉우리들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있다.


3) 15세기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추픽추는 1912년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갯속에 숨어 스페인 침략자들의 눈을 피해 500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는 것에 경외심이 들기도 했다. 잉카인들은 지진을 '돌이 춤을 춘다’라고 표현했다는데, 건축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돌 사이 공간을 둔 발상과 기술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4) 신비로운 고대 도시에도 우리와 같은 일상이 있었다. '지혜의 집'이라 불린 학교에서 함께 배우던 아이들, 축제가 열리던 중앙 광장, 함께 일구던 계단식 밭까지… 코카잎을 주머니에 25개씩 넣고 다니면서, 피곤할 때마다 한 장씩 천천히 씹기도! 산을 오르내리던 그들의 발걸음에도 희망과 고민이 가득했겠지?


5) 하산하고 밥을 먹으러 Aguas Calientes에서 노량진이 연상되는 시장으로 향했다. 친구들에게 벼락치기로 익힌 스페인어로 페루 전통 요리 Aguadito de pollo와 Ají de gallina를 시켰다. 광장 벤치에 앉아 디저트로 열대과일 Maracuyá 아이스바와 Granadilla까지 먹으니 꼭 여름이 찾아온 것 같았다.


6) 쿠스코로 돌아가는 길, 카니발 안은 멕시코인 10명에 나 한 명 조합이었다. 친구들끼리 여행을 왔다는데, 내가 한 마디 하면 걔네끼리 열 마디하고 서로 싸우니까 편했다. 내가 인생 처음으로 만난 한국인이라고 하는 게 이젠 익숙했다. 기념품으로 하라고 지폐랑 동전을 줬는데, 쓸 곳이 없었지만 주머니에 간직하게 되더라.


7)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이날의 충격이 생생하다. 수수께끼에만 싸여있을 것 같던 하늘 위 도시를 직접 보고, 듣고, 공부하면서 자연과 공동체가 조화를 이루게 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지, 잠시 멈추고 고민하는 시간을 언젠가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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